/그림 4 분당서울대병원 비뇨기종양센터팀이 콩팥암 환자에게 로봇을 이용한 콩팥암 부분절제술을 시행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50대 직장인 A씨는 몇 달 전부터 소변을 잘 참지 못하고, 소변본 후에도 잔뇨감이 들었다. 나이 들면서 나타나는 노화 증상의 하나겠거니 하며 넘어가려 했다. 하지만, 최근 소변에 피가 섞여 나와 병원을 찾았다. 검사결과, 전립선암 진단을 받았다. 변석수 분당서울대병원 비뇨기과 교수(로봇수술센터장)는 “비뇨기 질환은 암 증상이 나타난 후 치료하면 완치하기 어려운데 최근 로봇수술로 국내 의료진들의 술기가 발전해 수술적 치료를 통한 완치 기회도 많아졌다”고 했다. 변 교수에게 국내 로봇수술에 대해 들어보았다. 변 교수는 로봇 콩팥 부분절제술 수술건수가 세계 10위 안에 들고 아시아 최초로 콩팥암 부분절제술을 하는 전체 영상이 다빈치 커뮤니티에 소개될 정도로 로봇수술의 달인이다.
Q 로봇수술이 크게 늘고 있는데…
“2005년 다빈치 로봇이 국내 처음 도입된 이래 60대(2016년 9월 기준)가 쓰이고 있다. 다빈치 로봇시스템이 구축되면서 국내 의료진은 다양한 수술 술기(術技)를 개발ㆍ적용하면서 국제적 명성을 얻고 있다. 국내 의료진이 개발한 각종 암 등의 로봇수술법이 국제 표준으로 정립돼 다빈치 수술로봇 제조사인 인튜이티브서지컬의 교육용 영상으로 쓰이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새로운 수술법이 많이 개발됐고, 의료진이 해외 학회에 많이 초청돼 다른 나라 의료진에게 수술법을 지도하고 있다. 지난 2일 독일 베를린 ‘IFA(국제가전박람회)2016’에서는 TV나 세탁기, 냉장고 등이 사물인터넷으로 연결된 스마트홈 제어용 로봇이 눈길을 끌었다. 실제 사람의 생활패턴과 행태를 분석해 편의를 주는 생활로봇처럼 의료에서도 이 같은 수술로봇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수술실 안에서 원격 집도하는 수준을 넘어 먼 거리 환자도 원격 수술하는 로봇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Q 로봇수술 장점은.
“로봇수술이라고 로봇이 알아서 모두 해주지는 않는다. 로봇 유닛의 팔이 수술기구를 잡고, 의사는 로봇을 조작해 로봇 팔을 움직이는 방식이다. 수술 의사는 입체화면과 확대 영상을 제공받아 훨씬 잘 보이는 상태에서 수술한다. 로봇수술에 쓰이는 카메라시스템은 10~12배 확대된 3차원 화면을 통해 신체 내 해부학 구조를 잘 보여준다. 특히 가장 많이 시행하는 로봇수술은 전립선암 수술이다. 전립선은 골반 안에 매우 좁고 깊은 곳에 있고, 특히 한국인은 골반이 서양인보다 좁아 전립선 적출술이 어렵다. 로봇수술은 이런 어려운 점을 해결하고 가느다란 로봇팔이 전립선에 쉽게 접근하도록 한다. 게다가 로봇팔은 떨림 현상이 없어 정교한 수술에 많은 도움이 된다.”
Q 로봇 콩팥암 부분절제술로 생존율을 높인다는데.
“암 병변을 포함한 콩팥 일부만 없애는 수술이 콩팥 부분절제술이다. 이 수술은 출혈을 줄이기 위해 콩팥으로 가는 동맥을 막고 종양을 잘라낸 뒤 신속히 봉합해 남은 콩팥 기능을 최대한 보존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로봇을 통해 정상조직과 종양을 정확히 구분하고, 빠르고 안전하게 수술해 손상ㆍ재출혈 같은 합병증을 줄이고 남은 콩팥의 기능을 최대화한다. 연구결과, 65세 미만 환자에게 콩팥암 부분절제술을 시행하면 5년 전체 생존율이 99.7%이지만 종양ㆍ콩팥을 완전히 잘라내는 콩팥암 근치적절제술 환자는 96.3%다. 부분절제술 생존율이 더 높다는 뜻이다. 로봇으로 환부 절개를 줄이고 종양만 정확히 잘라내는 보존술 효과가 입증됐고 환자 삶의 질과 생존율도 높였다. 다만 술기가 어려워 일부 의사만 집도하고 있는 상황이라 콩팥을 모두 떼내는 경우가 여전히 많아 안타깝다.”
Q 로봇수술비가 만만치 않은데.
“로봇수술은 수술장비와 수술기법 발전으로 정교한 수술이 이뤄져 개복수술보다 흉터와 출혈이 적고 회복도 빠르다. 하지만 건강보험급여가 되지 않아 기존 수술보다 비용이 더 든다는 게 단점이다. 따라서 두 수술을 비교해 효과와 안전성이 뛰어난 수술법을 정하는 게 중요하다. 또한 로봇수술 경험과 실력이 쌓인 의료진인지 고려해야 한다. 미국ㆍ일본 등에서는 로봇수술 안전ㆍ유효성, 환자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이 입증돼 전립선암ㆍ콩팥암 수술에 보험이 적용되고 있다. 우리도 환자 편의와 사회경제비용을 고려해 보험급여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Q 분당서울대병원에서는 어떻게 하나.
“2007년 10월 국립대병원 중 처음으로 다빈치 로봇수술을 도입해 국내에서 가장 빠른 7개월 만에 100례를 달성했다. 국내 첫 로봇수술로 고난이도인 대동맥수술을 성공하며 로봇수술 적용범위를 넓혔다. 현재 일반외과, 산부인과, 비뇨기과 등 다양한 진료과에서 로봇수술이 시행되고 있다. 특히 전립선암ㆍ콩팥암 등 비뇨기암에서는 로봇수술이 보편화되도록 다양한 수술기법을 개발ㆍ보급하고 있다. 2014년 9월, 세계 최초로 로봇수술로 전립선암과 콩팥암을 동시 제거했다. 2011년에는 작은 콩팥 종양에 대한 로봇 콩팥 부분절제술과 개복수술을 비교한 결과, 로봇 콩팥 부분절제술 효용성을 입증했다. 콩팥암 부분절제술은 국내에서 가장 많이 시행해 비뇨기과 단독 로봇수술 3,000례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수술결과도 좋아 다빈치 로봇제작사와 해외 비뇨기과 의사들의 수술참관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힘입어 최근 콩팥 겉 표면으로 돌출이 전혀 없이 안쪽에만 종양이 생긴 내장형 콩팥 종양을 3D 모델로 제작해 로봇수술에 적용했다.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으로 콩팥과 내장형 종양을 구현한 3D 모형도 만들었다. 이는 수술 전 내장형 종양 위치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게 한다. 이를 통해 부분절제술로 콩팥을 살리는 수술에 성공해 지난 6월 내비뇨기과학회에서 비뇨기과 의사들의 많은 관심과 찬사를 받았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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