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 투쟁하는 의원 어딨나’ 2014년 이 대표 발언도 구설
야당의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단독 처리에 반발, 26일 무기한 단식에 들어간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의 행보에 대해 야당들은 ‘자학 개그’ ‘약자 코스프레’ 등의 폄하와 조롱으로 응수했다.
집권 여당 대표가 권위주의 시대 재야 인사나 야권 정치인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단식 투쟁을 벌이는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이다. 2003년 11월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가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비리에 대한 특별검사제 도입을 촉구하며 17일 간 곡기를 끊기는 했다. 하지만 이 때는 야당 대표 신분이었다. 이 대표의 단식 투쟁 결단에 서청원 전 최고위원, 최경환 의원 등 친박 실세들이 지지 방문을 하는 등 당내에선 일단 호응을 하고 있다.
하지만 야당들은 이 대표의 단식을 집권 여당의 책무를 저버린 쇼라며 비판 일색이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필리밥스터’로 의사 진행을 방해하던 새누리당이 의회민주주의 운운하며 단식하고 1인 시위 하는 자학 개그에 국민들은 웃기도 민망하다”며 “여론을 호도하는 약자 코스프레를 그만하라”고 촉구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페이스북에 “대통령께는 말 한마디 못하고 국회의장을 향해 무기한 단식이라. 코미디 개그”라며 “살다 보니 별 희한한 일도 본다”고 비꼬았다.
이 대표는 이런 박지원 위원장을 향해 “나이 76세나 먹은 사람이 이렇게 고향 후배를 능멸하면 되냐”며 “내가 하나님을 믿으면서 (성질이) 많이 죽었지 과거에 논평 내고 할 적에는 그냥 상대방 오장육부를 뒤집어 놨다”고 맞받아쳤다.
정치인의 단식을 비난했던 이 대표의 과거 발언도 구설에 올랐다. 그는 지난 2014년 국회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우리 사회에서 무노동 무임금이 적용되지 않는 유일한 집단이 국회의원”이라며 “선거제도가 정착된 나라 중 단식투쟁을 하는 국회의원이 있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릴레이 단식 농성에 돌입한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비난한 것이었다.
이 대표가 이날 국회 당 대표실에서 문을 닫은 채 단식 농성에 돌입하면서 ‘비공개 단식’ 논란에 휩싸였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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