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와 힐러리 클린턴의 게임은 ‘창과 방패’를 연상케 했다. 트럼프가 시종일관 거칠고 공격적인 목소리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클린턴을 싸잡아 비판하며 파상공세를 퍼부은 반면 클린턴은 토론 내내 차분한 목소리를 유지하며 자신의 정책을 또박또박 웅변하는데 치중했다.
트럼프는 토론 내내 오바마 정부의 실정을 클린턴의 책임으로 돌리는데 집중했다. 트럼프는 오바마 정부의 이란 핵협상 타결을 언급하며 “당신(클린턴)이 협상을 시작했다. 이란은 10년 후에 핵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또한 오바마 정부 동안 벌어진 흑백 인종갈등에 대해 “이 나라에는 클린턴이 얘기하지 않는 법과 질서가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클린턴이 “이란이 핵무장으로 가는 것을 막아낸 협상” “트럼프가 주장하는 불심검문 확대는 위헌” 등 이라며 트럼프의 공격을 조목조목 맞받아치며 동요하지 않자 트럼프는 특유의 거침없는 태도와 언행을 구사하며 공격하기 시작했다.
트럼프는 클린턴의 답변 도중 무시하고 끼어들었다가 진행자로부터 제지를 당했고, 질문과 동떨어진 답변을 늘어놓았다가 또 제지를 당하자 이번에는 진행자한테 ‘호통’을 치기도 했다. 진행자가 이날 토론 과정에서 트럼프의 발언을 막아선 것은 무려 30차례로 클린턴의 19차례보다 훨씬 많았다.
반면 클린턴은 트럼프의 비난에 맞서 침착하게 자신의 정책을 홍보하는 데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트럼프가 클린턴을 향해 “말만 하지 행동은 안 하는 전형적인 정치인” “20년 동안 정치를 하면서 세상을 구하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는 등의 말로 거칠게 몰아세우자 클린턴은 “당신은 토론에서 나를 비판하기 위해 준비했나 보지만, 나는 대통령직을 준비했다”고 응수하기도 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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