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등과 함께 불구속 기소 유력
‘560억 탈세’ 신영자 추가 기소
검찰이 1,750억원대 횡령ㆍ배임 혐의로 신동빈(61) 롯데그룹 회장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이 29일 새벽 법원에서 기각됐다. 검찰로선 ‘무리한 영장 청구였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된 반면, 롯데그룹은 ‘총수 구속’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면해 한숨을 돌리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조의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신 회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쳐 이날 새벽 3시50분쯤 그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조 부장판사는 “현재까지 수사 진행 내용과 경과, 주요 범죄 혐의에 대한 법리상 다툼의 여지 등을 고려할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앞서 지난 20일 신 회장을 소환 조사한 서울중앙지검 롯데그룹 수사팀은 엿새 만인 26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ㆍ배임 혐의로 그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었다.
검찰에 따르면 신 회장은 최근 10년간 형인 신동주(62)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400억원), 신격호(94)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57)씨 모녀(100억원대)를 계열사 등기이사로 이름만 올려놓고 총 500억원대의 급여를 부당 지급한 혐의(횡령)를 받고 있다. 또, 2005~2013년 서씨 모녀 및 신영자(74) 롯데재단 이사장 측에 롯데시네마 매점 독점 운영권을 제공, 770억원대의 수익을 챙기도록 하고 롯데쇼핑에 같은 액수의 손해를 끼친 혐의(배임)도 적용됐다. 신 회장의 범죄사실에는 2009~2010년 롯데피에스넷 유상증자에 참여한 계열사들에 480억원대의 손실을 입힌 부분(배임)도 포함됐다.
하지만 이날 신 회장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신속ㆍ정확한 수사로 특별수사의 모범이 되겠다”고 자신해 왔던 검찰로선 체면을 구기게 됐다. 검찰은 “총수 일가의 이익을 위해 기업을 사유해 왔다”면서 신 회장의 구속 필요성을 주장해 왔으나, 그의 신병 확보에 실패함에 따라 남은 의혹들에 대한 수사 동력도 급속히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해 12월 김수남 검찰총장 취임 이후 첫 재벌 비리 수사였다는 상징성도 있었던 만큼, 이번 영장 기각은 검찰에게 더욱 뼈아픈 대목으로 남게 됐다.
검찰은 보강수사를 거쳐 신 회장의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지만, 이번 영장 청구까지도 심사숙고를 거친 만큼 그럴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낮다. 검찰 안팎에서는 다음달 중순쯤 신 총괄회장과 신 전 부회장 등과 함께 신 회장을 일괄 불구속 기소하면서 롯데 수사를 마무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편 검찰은 신 총괄회장으로부터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 3.0%를 편법 증여받고 560억원대의 증여세를 내지 않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로 신 이사장을 추가 기소했다. 검찰 관계자는 “본인이 인정한 액수로 우선 기소했고, 향후 탈세액이 정확히 산정되면 공소장 변경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운호 게이트’에 연루돼 검찰 수사를 받았던 신 이사장은 35억원대 배임수재 및 47억원대 배임ㆍ횡령 등 혐의로 지난 7월 구속기소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앞서 검찰은 서씨도 297억원 탈세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