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수천억원대 신약 수출계약과 관련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부당이득을 챙긴 한미약품 연구원과 증권사 애널리스트에게 집행유예를 내린 원심을 깨고 실형을 선고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2부(부장 이은신)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각각 징역1년에 집행유예 2년, 징역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은 노모(28)씨와 양모(31)씨에게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8월, 징역 1년4월의 실형을 선고했다고 28일 밝혔다.
한미약품 연구원이었던 노씨는 지난해 3월 자사가 미국의 다국적 제약사인 A사와 7,800억원대 신약 기술수출 계약을 맺었다는 미공개 정보를 알게 됐다. 그는 같은 달 4~12일 주식 735주를 매수하고 해당 정보가 공개된 이후 팔아 8,700여만원의 이득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노씨에게서 관련 정보를 전해 들은 그의 부모와 양씨 등 대학동문 2명도 2억1,900여만원의 이득을 봤다. 이에 재판부는 1심에서 “노씨가 우연히 접한 정보로 저지른 우발적 범행”이라는 점을 참작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주식시장에서 비관적으로 전망되던 한미약품 주식을 매수한 데에는 회사 내부자가 아니면 알기 어려운 정보가 전달된 것이 결정적 원인”이라며 실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였던 양씨 역시 노씨에게 전화를 걸어 적극적으로 미공개 정보를 캐묻고 관련 내용을 다른 펀드매니저들에게도 유출해 이들이 무려 249억원의 부당이득을 얻게 했다. 재판부는 “양씨가 미공개정보를 전달받은 2차수령자라 하더라도 부당 이용을 금지한 직업상 책무를 져버리고 지인에게까지 유출해 다수 투자자의 이익을 빼앗은 점으로 미뤄볼 때 불법성이 훨씬 크다”고 봤다.
재판부는 “추징한 범죄수익이 두 사람의 범행으로 인한 것에 그쳐 개인 투자자들이 입은 실질적 피해는 회복되지 않았다”며 “형법상 재산죄 못지 않게 엄하게 처벌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