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적 음식점과 소소한 주점이 매력
가로수길 전철 밟을지 골목의 매력 유지할지 관심
서울대입구역 2번 출구로 나와 3분 가량 걷다 보면 왼편에 조그만 골목과 함께 ‘샤로수길’이라고 적힌 안내판이 보인다. 1km가 채 되지 않을 듯한 짧은 길. 서울대를 상징하는 정문구조물 ‘샤’와 가로수길이 더해 샤로수길이 됐다.
낮에는 고요하지만 오후 5시가 지나면 점포에 하나 둘 불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방콕야시장’, ‘프랑스홍합집’, 일본 가정식 ‘키요이’ 등 이국적인 식당과 함께 막걸리카페 & 와인창고 ‘잡’, 수제 버거와 맥주를 파는 ‘저니(Journey)’ 등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주점들이 골목의 분위기를 형성한다. 가로수길보다는 이태원에 가까운 음식들을 합리적인 가격에 만나볼 수 있다. 주말엔 모든 점포에 대기 줄이 늘어설 정도로 골목 전체가 인기를 끈다.
샤로수길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저니’를 운영하는 김학진(41) 씨는 2010년 2월 적은 자본으로 들어갈 수 있는 대학상권을 찾다 이곳이 눈에 들어왔다고 한다. 대로에 가까이 위치하면서도 권리금이 없었다.
샤로수길도 이전의 골목들처럼 급격히 높아진 인기와 함께 임대료가 오르고 획일적인 기업형 가게들만 남게 될까? 가까이서 지켜보는 이들은 이전보다 임대료가 많이 오르긴 했지만, 아직 외부인들을 흡수할 만큼 큰 상권은 아니라고 분석한다.
대학생 컨설팅 봉사 동아리 ‘티움’의 박문수(25) 씨는 올 상반기 샐러드 식당‘스윗밸런스’에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했다. 내부설문과 상권분석 결과 외부 유동인구보다는 인근 거주자가 주 고객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일주일에 2회 이상 샤로수길을 찾는다는 대학생 김지연(23)씨 또한 이곳의 인기를 실감하지만, 굳이 멀리서 찾아오는 친구들이 많지는 않다고 느낀다. 저니의 김학진 대표는 이곳 점포들은 크기가 작아 프랜차이즈가 입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몇몇 넓은 점포에 들어오려는 시도는 있었으나 서울대입구역 큰 길가에 비해 유동인구가 적어 무산되었다고 한다.
1인 가구가 많은 관악구의 주민과 영세 점포가 공존하고 있는 샤로수길은, 작고 예쁜 가게들에서 저마다의 레시피에 따라 만들어진 음식을 맛보고 싶은 이들에게 안성맞춤이다. 그래서 유명세를 타고 임대료가 오르는 추세에도 아직은 샤로수길만의 매력을 유지하고 있다. 가로수길처럼 거대상권으로 변할지, 아니면 새로운 형태의 골목상권을 형성하는 모범사례가 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민준호 인턴기자(서울대 사회학 4)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