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가방’ 보급, ‘안전검검의 달’ 지정 등 동분서주
원전소재 지자체 행정協 통해 활성단층 유무 조사 공론화
“국민의 불안을 해소하고 안전한 대책을 강구하는 것이 정치와 행정의 가장 중요한 책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경주에서 발생한 두 차례의 강진과 잦은 여진으로 부산지역에서 가장 공포에 휩싸인 곳이 기장군이다. 기장군은 최근 건설 승인이 난 신고리 5, 6호기를 포함, 원전 10기가 몰려 있는 세계 최대 원전 밀집지역이기 때문이다. 특히 활성단층 위에 원전이 세워졌다는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주민들의 불안감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오규석 기장군수(58ㆍ사진)는 “영국의 사상가 토마스 모어는 ‘국가의 위신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안전과 생명’이라고 했다”며 “주민의 생명과 안전은 군에서 지켜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실질적이고 철저한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오 군수는 지난 13일부터 추석연휴 기간 경북 경주시 내남초 일대와 관내를 순찰하며 지진 피해상황을 살폈다. 그는 최소한의 자구책이라도 마련하자는 차원에서 손전등과 구급약, 식량 등이 담긴 생명가방을 지역 주민에게 지급하자고 긴급 제안했다.
오 군수는 “지진과 해일, 원전사고는 전시 상황과 마찬가지”라며 “생명가방을 보급하기로 한 것도 임전태세의 절박한 각오로 위기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원전소재 지자체 행정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오 군수는 지난 22일 긴급회의도 개최했다. 기장군을 비롯한 울산 울주군, 경북 경주시·울진군, 전남 영광군 관계자들이 참석한 이 회의에서는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의 관리 기본계획 확정에 대한 공동건의문 채택,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제 용역 시행, 원전지역 활성단층 유무 정밀지질 조사 용역 실시 요구, 국내 외 전문가 및 지자체 대표와 주민이 참여하는 원전에 대한 총체적 안전점검실시 요구, 청와대 상황실ㆍ국민안전처ㆍ원전소재 지자체간 핫라인 구축 등 5개의 안건이 논의를 거쳐 의결됐다.
오 군수는 “확정된 안건과 건의문을 지난 26일 정세균 국회의장에게 직접 전달하고, 국회 차원의 협조를 요청했다”면서 “특히 기존 원전 내에 고준위방폐물 건식 저장시설을 건설하려는 정부 계획은 전면 철회하고, 당초 공론화위원회가 정부에 권고한 대로 2020년까지 중간저장시설 부지 확보 절차를 이행해야 할 것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이에 정세균 의장은 “원전만큼은 ‘설마’가 적용될 수 없고, 절대 사고가 나서는 안 된다”며 “원전이 위험한 시설이긴 하지만 현재로서는 원자력발전을 당장 그만둘 수는 없다 하더라도 최근의 지진과 후쿠시마 원전사태와 같은 재난에 대비하기 위한 안전대책을 최대한 마련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는 답을 했다고 오 군수는 전했다.
기장군은 다음달을 안전검검의 달로 지정, 내진설계 미 적용 노후 공동주택과 건축물 및 교량 등을 일제히 점검한다. 또 주민들이 많이 모이는 축제 및 행사장을 활용, 지진 대피요령 교육과 홍보를 실시할 예정이다.
오 군수는 “전 직원을 동원해 지진발생에 따른 신속한 대피 및 피해최소화를 목표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원전에 안전한 기장군을 만들어 나가는데 모든 힘을 쏟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전혜원 기자 iamjh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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