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국감 복귀 찬성 손 들라”
일부 “무슨 거수 투표냐” 항의에
고성ㆍ욕설까지 오간 집안 싸움
27일도 친박-비박 간 막말 공방
“ ‘조폭’도 아니고 이게 뭔가” 비판
새누리당의 국정감사 보이콧 투쟁이 29일로 4일째를 맞으면서 내상이 깊어지고 있다. 전날 이정현 대표가 돌연 ‘국감 복귀’ 발언을 한 직후 열린 의원총회에서는 의원들끼리 욕설과 반말을 주고 받는 낯뜨거운 장면까지 연출됐다.
이날 오전 비공개로 열린 최고위원ㆍ원내대표단 연석회의에선 저잣거리 싸움판을 방불케 한 전날 저녁 의총의 ‘막말 싸움’이 도마에 올랐다. 비박계인 강석호 최고위원은 “당이 조폭(조직폭력배)도 아니고 선ㆍ후배도, 기본적인 예의도 없어졌다”며 “무너진 당의 질서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한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의총에서 정진석 원내대표가 “국감에 복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의원들은 손을 드시라”고 거수 표결을 제안한 것이 발단이었다. 이에 일부 의원들은 “이 문제로 무슨 거수 표결을 하느냐”고 문제를 제기했고, 한 친박계 재선 의원은 “자꾸 딴소리를 하니까 그렇지”라고 쏘아붙였다. 이에 5선의 정병국 의원이 “딴소리라니”라고 불쾌감을 나타내자, 이 친박계 의원은 급기야 “이 ○○○야, 왜 반말이야”라고 욕설로 치받았다.
난장판이 된 와중에 거수 표결이 진행됐고, 참석한 70여명의 의원 중에 반대 의견은 정병국 나경원 오신환 하태경 의원 등 4명뿐이었다. 정 원내대표는 이들을 향해 “그러면 내일부터 국감에 들어가시라”고 핀잔하듯 말했다. 그러자 권성동 의원이 “표결한다기에 의견을 밝힌 건데 그렇게 말씀하시느냐”고 항의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열린 의총에서 “나경원ㆍ하태경 의원에게 다소 거친 표현을 한 것에 대해 사과한다”고 뒤늦게 고개를 숙였다. 당내에서도 국감 복귀 여부를 결정한다면서 거수로 표결한 걸 두고선 ‘초등학교 학급회의보다 못한 의사결정 수준’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또 전날 의총에선 조원진ㆍ이장우 최고위원 등 강성 친박계 의원들이 국감 참여 의사를 밝힌 국회 국방위원장인 김영우 의원 등을 거론하며 “당론을 어긴 의원들은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며 분노를 쏟아내기도 했다. 특히 정 원내대표가 의총이 이어지고 있는데도 중간에 밖에 나가 기자들에게 “국감 복귀는 없다”고 선언하자, 나경원 의원이 문제를 제기했다. 나 의원은 눈시울이 붉어진 채 “이 당이 친박계 만의 당이냐. 이렇게 일방적으로 당내 의견을 몰아가도 되느냐”고 따졌다.
앞서 27일 저녁 열린 의총에서도 정 의장 사퇴 투쟁과 국감 참여의 ‘투트랙 투쟁’을 제안한 김무성 전 대표를 향해 강성 친박인 김태흠 의원이 항의성 발언을 하면서 언쟁이 붙었다. 김 의원이 “그러면 뭣 하러 1인 시위는 하셨느냐”고 반박하자, 김무성계 강석호 최고위원이 “어떤 의견도 제시할 수 있는 게 의총 아니냐”며 사과를 요구했고 김 의원이 “내가 왜 사과를 해”라고 언성을 높이면서 의총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한 비박계 3선 의원은 김 의원을 향해 “김태흠, 이 △△△”라고 욕설로 비난하기도 했다.
나 의원은 “지금 당의 모습은 마치 ‘길거리 야당’같다”며 “의회 민주주의를 위해 국감도 보이콧한다면서 정작 당내 민주주의는 지켜지지 않고 있다” 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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