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구속영장 재청구 가능성 희박
“형평성에 반해” 유감 표시도
롯데그룹 비리의 정점으로 지목된 신동빈(61) 회장의 사전구속영장이 29일 법원에서 기각됨에 따라 롯데그룹 수사가 정ㆍ관계 로비 의혹은 그대로 묻혀버린 채 끝날 공산이 커졌다.
서울중앙지법은 전날 신 회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거쳐 이날 새벽 “현재까지 수사진행 내용과 경과, 주요 범죄혐의에 대한 법리상 다툼의 여지 등을 고려할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그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신 회장은 총수 일가에 500여억원대 급여를 부당 지급하고 롯데시네마 매점 독점 운영권을 줘 770억원대의 이익을 안겨주는 등 총 1,750억원대 횡령ㆍ배임 혐의를 받고 있다. “오너 일가가 가로챈 이익이 1,280여억원에 이를 정도로 사안이 중하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었지만, 법원은 그보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지시를 따른 신 회장에게 그 책임을 묻는 것은 부당하다”는 롯데 측의 주장에 손을 들어준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신 회장의 혐의보다 경미한 사례에서 영장을 발부하고 실형을 선고해 온 지금까지의 재벌 수사와의 형평성에 반한다”며 법원 판단에 유감을 표시했다. 이어 “비리가 정책본부 임원들의 진술과 내부 문서 등을 통해 객관적으로 확인됐음에도 총수는 책임지지 않는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줘 향후 대기업 비리 수사를 어렵게 할 우려가 있다”고도 했다. 신 회장은 부친인 신 총괄회장의 뜻대로 움직인 게 아니라, 두 사람이 사실상 공동경영을 해 왔으며 실질적으로는 신 회장이 집행 책임자 역할을 한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됐다는 얘기다.
하지만 검찰이 신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는 초강수를 둘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매우 낮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법원이 밝힌 기각 사유를 보면 영장을 재청구하지 말라는 뜻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수사팀 관계자는 “기각 사유 등을 검토해 재청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으나, 결국에는 신 총괄회장이나 신동주(62)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등 다른 비리 관련자들과 함께 일괄 불구속 기소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검찰이 애초 그렸던 ‘로비 수사’도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롯데그룹은 김영삼정부 때부터 추진했으나 번번이 가로막혔던 제2롯데월드 건축 허가를 비롯, 이명박(MB)정부 시절 수많은 특혜를 누린 기업으로 꼽힌다. 때문에 지난 6월 검찰이 롯데에 대한 전방위 수사에 착수했을 때부터 롯데의 비자금 규모와 MB정부 관계자 중 어디까지 타깃이 될 것인가가 가장 관심사였다. 검찰 안팎에선 롯데에 대한 특혜 규모를 감안할 때, 수사팀이 임직원급을 거치지 않고 신 회장을 통해 곧바로 정ㆍ관계 로비 수사로 나아갈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신 회장의 신병 확보에 실패하면서 로비 의혹 규명도 어려워졌다. 사정기관의 한 관계자는 “현 단계에선 제2롯데월드 관련 의혹 규명은 ‘미완의 숙제’로 남겨둘 수밖에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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