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얘네 될 거라고 했던 거 기억남? 역시 내 귀는 신(神)귀’(전**), ‘내가 된다(고) 했잖아. 얘네 영주에서 버스킹 하는 영상도 다 챙겨봤었는데. 아 진짜 돗자리 펴야 되나’(양**).
여성 인디 듀오 볼빨간사춘기(안지영·우지윤)의 1집 ‘레드 플래닛’ 타이틀곡 ‘우주를 줄게’ 돌풍 관련 기사(‘슈스케’ 세 번 떨어지고도…인디 볼빨간의 ‘음원 반란’ㆍ본보 9월28일자 22면)에 한국일보 독자들이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hkilbo)에 남긴 댓글입니다. 많은 분들이 마치 내 자식 잘 된 듯이 기뻐해주시더군요. 대형 아이돌 기획사 후광 없이, 직접 자신들이 만든 곡으로 빛을 봐 더 반가워 해주시는 것이겠죠. Mnet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때부터 좋아했다’(고***)는 분도 있더군요. 볼빨간사춘기는 2014년 ‘슈퍼스타K6’로 잠깐 TV에 얼굴을 비춘 바 있습니다. 예선 때 미국 유명 록 밴드 마룬5의 히트곡 ‘페이폰’ 등을 불렀죠. 비록 본선 무대엔 서지 못하고 탈락했지만, 안지영의 톡톡 튀는 목소리 등을 눈 여겨 본 시청자가 있었던 거죠. 당시 볼빤간사춘기는 남ㆍ여 네 명이 서 팀을 이룬 혼성 밴드였습니다. 나머지 두 명은 어디로 간 걸까요? ‘여중, 여고, 여대 다녀서 감성이 충만하다는 기사 내용 보고 너무 슬펐다. 내 이야기라서. 아…’(송**)라는 댓글엔 무려 550명이 넘는 분들이 공감을 표하셨는데, 간질거리듯 사랑스러운 노랫말은 어떻게 나온 걸까요? 볼빨간사춘기 관련 독자들의 궁금증과 앞선 기사에 싣지 못한 두 사람의 인터뷰를 Q&A로 재구성했습니다.
Q- 4인조에서 왜 2인조로 바뀐 건가요?
A-안지영=“원래 저희가 팀을 꾸릴 때 퍼커션은 세션으로 하기로 했어요. 그래서 ‘슈퍼스타K6’ 지원할 때 퍼커션을 쳐 주던 남자 분과는 따로 가게 된 거죠. 볼빨간사춘기는 원래 3인조였어요. 권지윤이란 동생이 기타를 쳤는데, 대학 진학 문제로 학업에 집중하느라 같이 못 한 거죠. 그래서 저희 둘(안지영ㆍ우지윤)만 데뷔하게 된 거고요. 어떤 분들은 ‘너희 둘이 다 해 먹으려고 권지윤을 뺀 거 아니냐’고 하시는데, 정말 아녜요. 지윤이는 정말 좋은 동생이에요. 제 대학교 후배로 들어 와 연락도 자주 하는 걸요? 수강 신청할 때도 도와줘 그 친구가 원하는 강의를 다 ‘올킬’(사수)했죠. 볼빨간사춘기가 잘 돼 지윤이가 부러워하지 않느냐고요? 언젠가 한 번 ‘언니(지영) 옆에 있지’라고 농담했더니, ‘아니야, 내가 있었으면 상황이 달랐을 수도 있어. 난 언니 정말 응원해’라고 하더라고요.”
Q- ‘슈퍼스타K6’ 출연 이후 데뷔가 2년 여나 걸린 이유가 뭔가요?
A-안지영=“저희도 처음엔 ‘슈퍼스타K6’ 이후 잊혀지면 어쩌나 걱정을 많이 했어요. 1년 6개월이 지나다 보니 ‘이러다 데뷔는 하겠어?’란 불안에 자괴감도 들었고요. 곡 작업하는 데 시간을 많이 보냈죠. 처음엔 회사 들어갔을 때 데뷔 앨범 준비로 프로듀서들을 많이 붙여주셨어요. 그런데 그 분들과 저희가 안 맞더라고요. 그 분들 곡이 별로였다는 게 아니라, 저희 둘이랑 (음악적인)색깔이 안 맞는 거예요. 그래서 결국 회사에서 ‘너희가 곡을 한 번 써봐’ 그러더라고요. 곡을 써 갔더니 대표님이 ‘곡을 쓸 줄 아네’ 그러시더라고요. 회사가 싱어송라이터를 지향 하다 보니 저희가 직접 곡을 쓰게 됐죠. 1주일에 한 곡씩 써오라고 해 곡 쓰느라 정말 힘들었어요. 물론 회사 들어가기 전에도 여러 곡을 썼지만, 의무적으로 또 정기적으로 곡을 쓰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처음엔 회사 들어가면 ‘바로 앨범 나오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던 거죠. ‘까인’ 곡도 많고요. 정말 급하게 곡을 쓰고 그랬는데, 그 작업이 저희에게 재산이 됐어요. 팀 색깔 잡는데 특히요. 자작곡이란 게 뮤지션의 색깔이 묻어나야 되는 거잖아요. 곡을 쓰면 쓸수록 ‘세련돼졌네’란 소리를 듣고 ‘제법 색깔이 나네’란 말을 들으며 힘을 얻었죠.”
우지윤=“1집엔 지영이가 쓴 곡이 더 많이 실렸어요. 그런데 대표님이 저한테 ‘네 곡을 많이 앨범에 안 실어 줘 서운하겠지만, 나도 네가 좋은 곡을 안 줘 서운해’ 하시더라고요. 그 때 쌓였던 데 풀렸죠. 바로 수긍했고요, 하하하.”
Q-순정 만화 책에서 나올 법한 노랫말은 어디에서 영감을 받는 거죠?
A-안지영=“제가 여중, 여고를 나와 여대를 다니고 있거든요. 그래서 여자 친구들이 많아요. 학교 다닐 때 연애 얘기를 많이 했고, 그 얘기들을 듣다 보니 언젠가부턴 연애담이 비슷비슷해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친구들이 연애 얘기를 하면 제 방식대로 해석하거나 저를 대입해 생각을 많이 했고, 글로 남기곤 했죠. 친구들이 ‘너 진짜 연애 많이 해봤구나’라고 했던 말이 생각나네요. 연애를 많이 한 건 아니고요. 그런 경험들이 가사 쓸 때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제가 하루 종일 떠든다고 ‘비글’(개의 품종)이라 불리지만, 나름 혼자 있는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하거든요? 영화나 드라마를 보거나 책을 읽으며 떠오른 생각을 정리하는 걸 좋아하고요. 휴대폰 메모장에 지금도 그런 메모들이 가득해요.”
Q-원래 우지윤은 베이스 기타를 연주하지 않았나요?
A-우지윤=“(권)지윤이가 나가면서 제가 기타를 맡게 됐어요. 고등학교 2학년 때 학원 다니면서 베이스 기타를 배웠죠. 지영이랑은 같은 학교(경북 영주시)를 다녔는데, 점심 시간이면 음악실에 가서 노래 연습하고 그랬죠. 미친 듯이 빨리 밥을 먹고요. 그렇게 팀을 준비하면서 2012년 ‘슈퍼스타K4’에 도전했는데, 지역 예선에서 바로 떨어졌어요. 이듬해 ‘슈퍼스타K5’에서도 마찬가지였고요. 그 땐 팀의 합이 잘 안 맞았거든요. ‘슈퍼스타K6’에서도 떨어지니, 부모님이 취업 걱정을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대학교 전공으로 보건행정학과를 택했죠. 볼빨간사춘기로 데뷔하지 않았다면 병원 원무과에서 일하고 있지 않을까요?”
Q-앨범을 낸 회사가 인디 레이블이긴 한데, 음악이나 스타일이 화려해요. 그렇다고 오버그라운드 가수라고 하기도 그렇고. 정체성이 애매한 것 같지 않나요?
A-안지영=“그걸 비판하는 분도 계시더라고요. 그런데 인디 가수냐 아니냐에 신경 쓰지 않으려고요. 물론 ‘중간이 어디 있어’라고 되묻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양쪽의 특성을 모두 지니는 게 장점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앞으로도 볼빨간사춘기가 들려줄 수 있는 사춘기적 감성을 잘 표현할 수 있는 곡을 쓰는 것에만 집중할 생각예요.”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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