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박정희 대통령 기일인 ‘10ㆍ26’ 에 맞춰 미르 준비” 군사 작전
미르재단 관계자, 정부 법인 설립 허가 결재 없는데도 26일에 등기 신청
대기업 인사들 한자리 모여 신청서 제출, 문체부 공무원 서울 출장 서비스
野 재단 해체 통합재단 추진에 “靑 개입 의혹 덮기 위한 물타기, 세탁”
미르재단이 정부의 법인 설립 허가 결재가 떨어지기도 전에 법원에 등기 서류를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르재단은 등기가 발부되기 전에 현판식을 거행하기도 했다. 특히 야권은 미르재단이 각종 편법을 동원해 무리하게 법인 설립을 서두른 것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기일인 10월 26일에 맞추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국민의당이 30일 공개한 미르재단 설립등기신청서에 따르면, 신청서 최초작성 일시는 지난해 10월 26일 오후 7시 35분이며 완료 일시는 27일 오전 10시 5분으로 기재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르재단은 등기신청수수료도 26일 밤 8시 10분에 결재했다.
그러나 문화체육관광부는 27일 오전 9시 36분에 미르재단 법인 설립을 승인하는 내부 결재를 마친 뒤 오전 10시 20분에서야 미르재단에 법인 설립 허가를 통보하는 문서를 결재했다. 미르재단은 주무부처로부터 법인 설립 결재를 통보 받지도 않았는데, 15분 전에 법인 등기 신청을 완료한 것이다. 아직 세상에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의 출생신고부터 서두른 것으로, 권력의 비호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는 게 야권의 주장이다.
미르재단의 법인 설립일은 결국 10월 27일이 됐지만, 10월 26일을 전후로 무엇에 쫓기듯 급박하게 진행된 흔적이 역력하다. 야권과 대기업 등에 따르면, 전국경제인연합회는 10월 25일 대기업들에 미르 재단 설립을 위한 협조 문건을 내렸고, 해당 기업 관계자들은 다음날인 26일 오전 서울 강남의 팔래스 호텔에 모여 재산 출연에 필요한 서류를 전경련에 일사불란하게 제출했다. 세종시에 있던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도 이날 KTX를 타고 올라와 서울사무소에서 전경련 관계자로부터 설립허가신청서를 건네 받았다. 이 때가 오후 5시였다. 이 공무원은 퇴근 시간을 넘어서 오후 8시 7분 결재 서류를 올렸다. 주무 공무원이 재단 설립 신청서를 받기 위해 서울까지 출장 서비스를 나온 것이다.
국민의당 김성식 정책위원장은 “미르재단 법인 설립을 10월 26일로 잡고 군사작전 하듯이 추진됐다”며 “권력 개입 정황을 설명해주는 또 하나의 퍼즐 조각”이라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의 기일인 10월 26일에‘출생신고’를 하기 위해 재단 인허가 과정이나 법인 등기 신청 등 곳곳에서 무리한 일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한편 야당들은 이날 전경련이 미르·K스포츠 재단을 해산하고 새 통합재단을 설립하기로 한 데 대해 “청와대 개입 의혹을 물타기 하기 위한 재단 세탁 꼼수”라고 강력 반발하며 재단 해체와 별개로 진상규명에 협조할 것을 촉구했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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