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2019년 봄 브렉시트 현실화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2일(현지시간) 내년 3월 말까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를 위한 공식 절차를 개시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7월 취임 후 브렉시트에 관해 말을 아껴온 메이 총리가 ‘협상 개시’ 카드를 꺼내 들며 브렉시트를 둘러싼 영국과 EU의 힘겨루기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메이 총리는 이날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브렉시트를 준비할 시간을 벌기 위해 올해 말까지 리스본 조약 50조를 발동하지 않겠다고 말해왔다”며 “내년 3월 말까지 브렉시트 절차를 시작하겠다”고 공표했다. 리스본 조약 50조는 EU 탈퇴와 관련한 내용을 담고 있으며, 발동할 경우 향후 2년 동안 EU와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탈퇴 협상에 공식 돌입한다. 합의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영국은 2019년 봄 EU에서 자동 탈퇴되지만, 양측이 동의할 경우 협상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메이 총리는 또 EU 법의 영국 적용을 무효화 하기 위해 의회에 ‘대 폐지 법안'(Great Repeal Act)’을 제출하겠다고 이날 선데이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영국이 1972년 도입한 EU의 ‘유럽공동체법(ECA)’에 따르면 EU 법은 영국 국내법에 우선한다. 메이 총리는 “대 폐지 법안 제출은 영국이 다시 주권국이 되는 첫 단계” 라며 “엘리자베스 여왕의 의회 연설이 예정된 내년 4~5월 이후 상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국은 지난 6월 국민투표로 브렉시트를 결정했지만 메이 총리는 시간을 끌며 리스본 조약의 발동을 미뤄 왔다. 이에 프랑스 독일 등 EU 국가들은 정치적, 경제적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 조속히 탈퇴 협상에 임하라고 압박해 왔다. 메이 총리가 처음으로 브렉시트 관련 일정을 밝히며 영국 안팎에서 브렉시트에 대한 불확실성이 다소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메이 총리는 이날 버밍엄에서 열리는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보다 구체적인 브렉시트 계획을 밝힐 예정이다.
메이 총리의 이날 발표는 예상보다 이른 것으로 당내 브렉시트 급진파의 압력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언론들은 메이 총리가 프랑스 대선과 독일 총선이 끝난 내년 하반기에나 리스본 조약을 발동할 것으로 관측해 왔다. 파이낸셜타임스 등은 “메이 총리가 당내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발표를 단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다만 실제 협상 과정에서는 난제가 수두룩하다. 메이 총리는 협상 최대 쟁점인 이민자 수용과 관련해 “이민자 제한을 우선 순위에 두고 최선의 결과를 얻어낼 것”이라는 입장을 보여 “영국이 EU 단일시장에 남기 위해선 완전한 이동의 자유를 허용해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하는 EU와의 협상이 쉽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EU 잔류 진영 측에서 “프랑스와 독일의 선거 결과도 모른 채 브렉시트를 진행하는 점은 매우 우려스럽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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