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오늘] 10월 3일
에밀리 포스트(Emily Post, 1872~1960)는 에티켓의 대모로 불리는 미국의 작가다. 그는 여러 권의 소설과 여행에세이를 썼지만 1922년의 베스트셀러 ‘사회와 사업과 정치와 가정에서의 에티켓(줄여서 ‘에티켓’)’으로 유명해졌고, 신문 칼럼니스트로 큰 인기를 누려 30년대 전성기엔 무려 200여 개 일간지에 그의 칼럼이 실렸다고 한다.
그는 에티켓을 귀족의 독점과 관습의 사슬에서 풀어 민주화했다. 그의 에티켓은 “타인의 감정에 대한 세심한 인식(배려)에서 비롯”되는 것이어야 했다. 가령 식탁의 포크 예절은 어떤 포크로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규범보다 음식을 먹는 이를 불편하게 하지 않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는 거였다. 지나치게 많은 포크를 두어 긴장하게 하거나 그른 포크를 사용했다면, 그건 손님의 무례가 아니라 호스트의 무례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회적으로 올바른 것은 사회적으로 단순하고 자연스러운 것(socially simple and unaffected)이라고 믿었다.
건축가였던 포스트의 아버지는 큰 부자였다. 메릴랜드 주 볼티모어에서 태어난 포스트는광대한 영지의 오래된 저택에서 빅토리아식 사교육을 받으며 성장했다. 귀족 문화에 기초를 둔 고전적 에티켓에 대한 그의 전복적 이해는 자신의 억압적 유년 교육의 반감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기존의 에티켓 안내서들은 제 손으로 코를 풀어서는 안 된다는 등 서민들이 따라 할 수 없는, 귀족들을 위한 것이었다.
그는 라디오 프로 등에 출연해 청취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기도 했다. 도넛을 커피나 우유에 적셔 먹는 일, 식사 중 팔꿈치를 테이블에 둬도 괜찮은가 등등. 도넛이 정식만찬 음식일 리 없는데 뭔 대수냐, 팔꿈치를 테이블에 두고 안 두고도 중요한 문제가 아닌 게 원칙이 어떻든 포크를 입으로 가져가기 힘들면 상관없지 않느냐는 게 그의 답변이었다.
클라리지(Clarigde)라는 이는 포스트의 전기에 “그의 ‘에티켓’은 민주주의적 이상과 계급의 현실 사이의 갈등을 해소해준 하나의 시도로(…) 민주주의의 차원을 높여준 책이었다”고 썼다고 한다. 하지만, 미혼여성의 샤프롱 문화를 시들게 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그였지만, 여자가 혼자 남자의 집을 방문하는 건 또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1872년 10월 3일 태어났다. 최윤필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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