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법 허점 이용 소득세 안 내
대선 막판 최대 쟁점으로 부상
언론 일제히 “폭탄과 같은 충격”
트럼프는 되레 “세법 고칠 적임자”
도널드 트럼프가 대선 투표일까지 감추려던 세금 문제가 대선 막판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며 그를 궁지로 몰고 있다. 미국 세법의 허점을 이용해 오랜 기간 연방 소득세를 내지 않은 정황이 뚜렷해지면서 힐러리 클린턴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
2일(현지시간)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를 비롯한 미 언론은 트럼프의 탈세 의혹을 두고 일제히 ‘폭탄’(bombshell)과 같은 충격적인 일이 터졌다고 보도했다. 의회전문지 ‘더 힐’은 선거판의 관심이 트럼프의 베네수엘라 출신 미스 유니버스 수상자 알리시아 마차도에 대한 비하 발언에서 세금 문제로 급속히 옮겨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포스트와 영국 가디언도 세금 논란이 “트럼프에게 닥친 대선 최대의 위기”라고 분석했다. 모두 앞서 트럼프가 1995년 9억1,600만 달러(약1조113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신고해 18년간 연방소득세 공제 혜택을 누린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한 뉴욕타임스 발 후폭풍이다.
클린턴 진영은 납세 문제를 고리로 대대적인 파상 공세를 벌이고 있다. 트럼프가 2012년 자신의 트위터에 “정부 부채가 주체할 수 없는 수준임에도 미국인 절반은 세금을 내지 않는다”고 썼던 것을 인용, ‘18년간 세금을 0달러 냈던 인물의 말치곤 꽤 재미있다’고 공격했다. 또 트럼프가 내놓은 세금 공약이 실현된다면 “미국인의 99.8%는 단 1달러도 얻는 게 없지만, 트럼프 가문은 40억달러의 혜택을 얻게 된다”고 공격했다. 클린턴 캠프의 브라이언 팰런 대변인은 트위터에서 “트럼프가 얼마나 형편없는 기업인이었으며 얼마나 오랫동안 (의도적으로) 세금을 회피해 왔는지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트럼프와 참모들은 탈세 수준의 절세(節稅) 행위에 대해, 법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 전혀 문제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트럼프는 오히려 트위터에서 “나는 역대 어느 대선 후보다도 복잡한 세법을 더 잘 안다. 내가 조세 제도상의 문제점을 고칠 유일한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의 핵심 참모인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와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도 지원 사격에 나섰다. 크리스티 주지사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세법을 다루는 데 트럼프만큼 천재성을 보여준 사람도 없다”며 “현행 제도가 완전히 엉망인데 이번 일은 트럼프가 왜 문제를 고칠 적임자인지를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줄리아니 전 시장도 “(뉴욕타임스) 기사 제목은 ‘트럼프, 세법의 적법 조항을 제대로 활용하다’가 됐어야 한다”며 절세의 합법성을 강조했다.
한편 트럼프 진영은 “이번에 밝혀진 유일한 새로운 사실은 20년 전 세금 자료가 불법적으로 획득된 자료라는 것뿐”이라며 실정법을 어기고 개인 정보를 공개한 뉴욕타임스를 고소하겠다고 위협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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