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 집권 여당 대표의 단식이 일주일 만에 막을 내렸습니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의 이번 단식 투쟁을 두고 요샛말로 ‘듣보’(‘듣도 보도 못 한’의 줄임말)였다는 비판이 거셉니다. 이와 동시에 이를 보도해 온 언론들의 보도행태 역시 여태껏 듣도 보도 못한 ‘유난스러운’ 모습이었다는 혹평이 나옵니다. 무슨 이야기일까요?
이 대표가 단식에 돌입한 지난달 26일부터 3일 현재까지 언론은 관련 보도를 쏟아냈습니다. 보도 순서도 ‘단식 돌입-몸 상태 추이-위문행렬-단식 중단’ 등으로 언론사마다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방송사는 이 대표의 단식 돌입과 중단을 각각 저녁 메인뉴스에서 주요 뉴스로 다뤘고 주요 일간지와 통신사 역시 매일같이 이 대표의 단식을 상황 별로 보도했습니다.
여당 대표로는 유례없는 단식에다 ‘밀실(비공개) 단식’ 등 그 방식에 국민의 눈길이 쏠렸으며 국정감사 파행까지 초래한, 그야말로 ‘듣보’였다는 점에서 보도가치는 충분해 보입니다.
그러나 마치 스포츠 중계라도 하듯 ‘이정현 대표 단식 몇 일째, 몸 상태는?’이란 제목의 기사가 하루에도 몇 번씩 업데이트되며 수시로 보도된 상황에 대해 여론은 썩 좋지 않은 모습입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온라인 상에는 세월호 유가족, 이재명 성남시장 등 최근 이 대표와 같은 단식이란 방식으로 자신의 절박함을 호소했던 이들을 언론이 외면했던 사실이 주로 언급되고 있습니다.
이례적으로 단식에 대한 위험성을 경고하는 보도까지 나왔습니다. YTN은 지난 1일 가정의학과 교수와 약 7분 가량의 전화 인터뷰로 단식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뉴스(‘장기간 단식, 우리 몸에 치명적 타격’)를 내보냈는데 방송 이후 온라인 상에는 “세월호 가족들 한 달 넘게 단식해도 이런 뉴스 안 나오더니 6일 했다고 나오는 현실” “이정현 동정여론 만들려고 나온 기사” “방송사는 지금까지 침묵하더니 명분도 없는 단식에 이런 보도를” 등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었습니다. 2일 일부 언론은 자리에 누운 이 대표의 부모 사진과 함께 “구순을 앞둔 이 대표의 부모도 전남 곡성에서 동반 단식에 들어갔다”는 새누리당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한 기사를 내보냈지만 실제로 이 대표의 부모는 “자식이 굶고 있으니 밥이 안 넘어 간다”는 입장이었던 걸로 전해져 빈축을 사기도 했습니다.
정치적 이해득실을 떠나 단식이 자신의 뜻을 관철하기 위한 여러 투쟁 방식 가운데 가장 극단적이고 위험하다는 점에서 이 대표의 단식 중단은 여러모로 다행이란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주로 약자가 강자를 향해 빼 드는 최후의 칼이 단식의 역사였다는 점을 고려해볼 필요는 있어 보입니다.
“46일 단식하다 쓰려져 병원에 실려 갔어도 정부와 언론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는데…”라는 한 세월호 유가족의 토로가 언론의 이번 ‘듣보’ 보도에 무거운 일침을 가하고 있습니다.
조아름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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