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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도 '듣보' 뉴스도 '듣보'

입력
2016.10.03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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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만에 단식을 중단한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지난 2일 대표실에 누워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ankookilbo.com
7일 만에 단식을 중단한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지난 2일 대표실에 누워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ankookilbo.com

사상 초유 집권 여당 대표의 단식이 일주일 만에 막을 내렸습니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의 이번 단식 투쟁을 두고 요샛말로 ‘듣보’(‘듣도 보도 못 한’의 줄임말)였다는 비판이 거셉니다. 이와 동시에 이를 보도해 온 언론들의 보도행태 역시 여태껏 듣도 보도 못한 ‘유난스러운’ 모습이었다는 혹평이 나옵니다. 무슨 이야기일까요?

이 대표가 단식에 돌입한 지난달 26일부터 3일 현재까지 언론은 관련 보도를 쏟아냈습니다. 보도 순서도 ‘단식 돌입-몸 상태 추이-위문행렬-단식 중단’ 등으로 언론사마다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방송사는 이 대표의 단식 돌입과 중단을 각각 저녁 메인뉴스에서 주요 뉴스로 다뤘고 주요 일간지와 통신사 역시 매일같이 이 대표의 단식을 상황 별로 보도했습니다.

여당 대표로는 유례없는 단식에다 ‘밀실(비공개) 단식’ 등 그 방식에 국민의 눈길이 쏠렸으며 국정감사 파행까지 초래한, 그야말로 ‘듣보’였다는 점에서 보도가치는 충분해 보입니다.

그러나 마치 스포츠 중계라도 하듯 ‘이정현 대표 단식 몇 일째, 몸 상태는?’이란 제목의 기사가 하루에도 몇 번씩 업데이트되며 수시로 보도된 상황에 대해 여론은 썩 좋지 않은 모습입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온라인 상에는 세월호 유가족, 이재명 성남시장 등 최근 이 대표와 같은 단식이란 방식으로 자신의 절박함을 호소했던 이들을 언론이 외면했던 사실이 주로 언급되고 있습니다.

지난 1일 단식의 위험성을 지적한 YTN 뉴스. 방송화면 캡처
지난 1일 단식의 위험성을 지적한 YTN 뉴스. 방송화면 캡처

이례적으로 단식에 대한 위험성을 경고하는 보도까지 나왔습니다. YTN은 지난 1일 가정의학과 교수와 약 7분 가량의 전화 인터뷰로 단식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뉴스(‘장기간 단식, 우리 몸에 치명적 타격’)를 내보냈는데 방송 이후 온라인 상에는 “세월호 가족들 한 달 넘게 단식해도 이런 뉴스 안 나오더니 6일 했다고 나오는 현실” “이정현 동정여론 만들려고 나온 기사” “방송사는 지금까지 침묵하더니 명분도 없는 단식에 이런 보도를” 등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었습니다. 2일 일부 언론은 자리에 누운 이 대표의 부모 사진과 함께 “구순을 앞둔 이 대표의 부모도 전남 곡성에서 동반 단식에 들어갔다”는 새누리당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한 기사를 내보냈지만 실제로 이 대표의 부모는 “자식이 굶고 있으니 밥이 안 넘어 간다”는 입장이었던 걸로 전해져 빈축을 사기도 했습니다.

정치적 이해득실을 떠나 단식이 자신의 뜻을 관철하기 위한 여러 투쟁 방식 가운데 가장 극단적이고 위험하다는 점에서 이 대표의 단식 중단은 여러모로 다행이란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주로 약자가 강자를 향해 빼 드는 최후의 칼이 단식의 역사였다는 점을 고려해볼 필요는 있어 보입니다.

“46일 단식하다 쓰려져 병원에 실려 갔어도 정부와 언론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는데…”라는 한 세월호 유가족의 토로가 언론의 이번 ‘듣보’ 보도에 무거운 일침을 가하고 있습니다.

조아름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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