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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품 강매에 바가지까지… 카드 포인트의 횡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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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품 강매에 바가지까지… 카드 포인트의 횡포

입력
2016.10.0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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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만 포인트로 2만원 짜리 반찬통 등

자사 쇼핑몰서 비싸게 구매 유도

물품 구매 포인트의 81% 사용해

카드사 6곳 쇼핑몰 매출 17% 증가

금감원 “포인트 꼼수 살펴볼 것”

18-카드 포인트 물품구매.jpg/2016-10-05(한국일보)
18-카드 포인트 물품구매.jpg/2016-10-05(한국일보)

#직장인 A씨는 며칠 전 카드사 고객센터로부터 1만원 상당의 적립포인트가 있으니 그에 상응하는 생활용품을 보내주겠다는 전화를 받았다. A씨는 “현금처럼 가맹점에서 쓰거나 상품권으로 받고 싶다”고 했지만 카드사는 “가맹점에서는 포인트의 5%만 사용할 수 있고, 상품권은 포인트가 5만점 이상이어야 한다”며 재차 물품으로 받을 것을 권했다. 마지못해 승낙한 A씨 앞으로 배송된 것은 달랑 1,500원짜리 마스크팩 한 묶음. A씨는 “1만원 상당의 마스크팩을 보내준다고 했는데, 배송된 상품을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1,500원에 팔리고 있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주부 B씨도 최근 카드사로부터 6만점의 포인트가 쌓였으니 이를 선풍기로 바꿔주겠다는 전화를 받았다. 가맹점을 찾아서 포인트를 쓰기가 귀찮아 선뜻 신청했지만 막상 배송된 선풍기는 인터넷쇼핑몰에서 4만원에 판매되는 상품이었다. B씨는 “보유하고 있던 포인트보다 훨씬 싼 상품을 보내주는 줄 알았더라면 신청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상품권 교환 등 현금화하는 방법은 아예 알려주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카드사들이 자사 포인트를 보유한 고객에게 저가의 물건을 그 보다 많은 포인트를 주고 사도록 유도하면서 소비자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카드대금 결제 등 현금처럼 포인트를 사용할 수 있는데도 물품구매를 유도해 비용을 절감하려는 ‘꼼수’라는 지적이다.

5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카드 포인트 제도를 운영 중인 국내 카드사 8곳은 소비자가 카드사용으로 쌓은 포인트를 가맹점이나 쇼핑몰 등에서 물품을 구매(물품교환 포함)하거나 상품권 교환, 카드대금 및 연회비 결제 등 현금처럼 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카드사들은 ‘1포인트=1원’으로 환산해 서비스를 제공한다.

문제는 카드사들이 고객들에게 현금 대신 포인트를 사용하라고 안내하는 대신 포인트로 물품을 구매하도록 유도하고 있다는데 있다. 카드사들은 전화상담을 통해 적립한 포인트 내에서 구매할 수 있는 상품을 안내한 뒤 포인트보다 터무니없이 저렴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A와 B씨뿐 아니라 인터넷 카페에는 “1만5,000 포인트를 차감하는 대신 4,000원짜리 주방세제를 받았다” “4만 포인트를 냈는데 2만원짜리 반찬통을 받았다” 등의 불만들이 올라와 있다.

카드사들은 직접 운영하는 쇼핑몰에서 포인트를 무제한 쓸 수 있다고 유혹해 제품가격을 정가보다 비싸게 책정해 수익을 올린다는 지적도 받는다. 포인트를 조회하면 자체 쇼핑몰에서 구매할 수 있는 목록을 문자메시지 등으로 보내 물품구매를 유도한다. 예컨대 정가 2만9,000원의 스피커를 한 카드사 포인트 쇼핑몰에서 구매할 때는 4만4,000포인트를 줘야 한다.

이날 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현재 자사 쇼핑몰을 운영 중인 6곳(신한 삼성 국민 하나 롯데 BC)의 쇼핑몰 매출액은 지난해 총 4,047억원으로 전년(3,443억원) 대비 17%가량 늘어났다. 지난해 물품구매에 사용한 카드 포인트 전체 사용금액(6곳ㆍ4,977억원)의 81%가 자체쇼핑몰에서 사용된 셈이다. 반면 지난해 상품권 교환 등 현금 대신 사용된 포인트는 3,456억원에 그쳤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꿩 먹고 알 먹기 식’으로 포인트를 소진시키는 것과 동시에 물건 판매로 매출을 올리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며 “향후 카드사들의 자체쇼핑몰 포인트 상환비율, 마진구조 등을 꼼꼼히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강지원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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