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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시간끌기 전략’ 피할 野의 고육책…선례 없어 충돌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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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시간끌기 전략’ 피할 野의 고육책…선례 없어 충돌 예고

입력
2016.10.0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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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법사위서 안건조정 신청해

야당 법안 추진 수차례 발목

본회의 표결만으로 처리 가능한

상설특검제 활용 택해

與 “법적 문제 검토…절차 막겠다”

정세균 국회의장 역할 커질 가능성

야 3당 원내 수석부대표들이 백남기 상설특별검사 요구안을 국회 본청 의안과에 제출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관영 국민의당 부대표,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부대표, 이정미 정의당 부대표. 오대근 기자
야 3당 원내 수석부대표들이 백남기 상설특별검사 요구안을 국회 본청 의안과에 제출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관영 국민의당 부대표,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부대표, 이정미 정의당 부대표. 오대근 기자

야권의 ‘백남기 상설특검’ 추진은 여당의 반대를 최소화하면서 특별검사 수사를 진행하기 위한 고육지책(苦肉之策)이다. 개별 특검법을 추진할 경우 관련 상임위원회에서 여당의 시간 끌기에 말려들지 않기 위한 우회 전략이기도 하다. 하지만 백남기 상설특검이 처음 성사될 경우 앞으로 사회적 논란이 된 사안들에 대해 언제든 상설특검이 가능해져, 수사기관에 대한 견제와 압박 효과가 커질 수 있다. 다만, 상설특검을 추진한 선례가 없어 절차 진행을 두고 여야 충돌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야권이 개별 특검법 제정 절차를 나중으로 미루고 상설특검 카드를 뽑아 든 것은 여소야대 정국에서 전가의 보도로 활용되는 여권의 ‘안건조정절차’ 신청 때문이다. 통상 법안 제정의 경우 반드시 상임위인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야 하고, 이 때 여당이 “법안 내용에 이견이 있다”는 이유로 안건조정절차를 신청하면 최대 90일까지 공식 논의 절차가 중단된다. 실제로 여당은 지난 달 세월호 특별법 개정 논의 과정에서 “안건조정 절차를 신청하겠다”고 버텨 야권의 강행 움직임을 막았다. 지난달 28일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야당의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 증인채택을 막기 위해 안건조정절차를 신청하겠다고 압박해, 무산시켰다.

이에 야권은 이미 법률이 만들어진 상설특검 제도를 활용, 법사위를 건너뛰거나 최소한 ‘안건조정절차’를 활용하지 못하도록 여당의 동선을 좁히는 방안을 택했다. 상설특검법(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 2조는 ‘국회가 특별검사의 수사가 필요하다고 본회의에서 의결한 사건’을 특검 수사대상이라고 규정하고 있을 뿐, 상임위 통과 등의 전제조건을 달지 않았다. 이정미 정의당 원내 수석부대표는 “때문에 상설특검은 별도의 법안을 만들 필요 없이,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처리하면 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이에 대해 새누리당이 끝까지 법사위 개최를 요구할 경우에 대비한 전략 마련에도 들어갔다. 여당이 일반 피감기관에 대한 감사요구안처럼 상설특검 요구안도 상임위 차원에서 먼저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민주 관계자는 “상설특검이 현실화된 선례가 없어, 법사위 개최까지 막을 근거 역시 없다”며 “법사위가 열린다면 최소한 안건조정절차 사안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겠다”고 말했다. 박완주 더민주 원내 수석부대표도 “법이 아닌 ‘요구안’이라 여당이 안건조정절차 신청을 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누리당은 백남기 특검 도입에 반대하면서도 야권의 상설특감 카드에 신중하게 대응하고 있다. 김도읍 원내 수석부대표는 5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상설특검법이 불분명하게 명시돼 있긴 하지만, 상설특검법과 관련된 의사일정에 합의 해줄 수는 없다”고 못 박았다. 새누리당 관계자도 “상설특검법 해석문제 등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강하게 절차진행을 막겠다”고 말했다.

여야의 갈등이 길어질 경우 정세균 국회의장의 역할이 주목 받을 공산도 크다. 법사위에서 이유 없이 심사를 마치지 않을 때, 정 의장이 백남기 상설특검 요구안을 본회의에 직권상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요건이 천재지변이나 국가비상사태의 경우로 한정돼 있고, 최근 ‘김재수 해임안’ 사태 등으로 여당과 대립 각을 세운 게 부담이다. 때문에 정 의장이 야권이 요구하는 이슈에 재차 개입할 가능성은 낮다는 시각도 있다. 국회 관계자도 “상설특검 통과 여부는 법의 모호성에 따른 해석의 문제이지 정치적 판단이 필요한 사안은 아니다”며 “의장이 나설 사안은 아닌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상설특검 요구안이 국회를 통과해도 박근혜 대통령의 특검 추천의뢰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정국은 또다시 얼어붙을 수 있다. 상설특검법 3조 1항은 ‘특별검사의 수사가 결정된 경우 대통령은 특별검사후보추천위원회에 지체 없이 2명의 특별검사 후보자 추천을 의뢰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조계에선 이를 강제이행 규정으로 해석하지만,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해임 건의안을 수용하지 않은 박 대통령이 애매한 법 해석 문제를 들며 이마저 거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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