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내가 가야 할 길을 제시하는 것은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오만한 믿음일 수 있다”고 말하지만 영국 런던 출신의 가장 영향력 있는 포토그래퍼 닉 나이트(58)가 걸어온 길은 그 오만함마저 허용하게 한다.
‘이미지메이커(Image-Maker)’라고 스스로 이름 붙이며 사진에 대한 기존의 가치와 통념을 끊임없이 깨뜨려온 닉 나이트의 국내 첫 전시 ‘거침없이, 아름답게’가 대림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여섯 개의 섹션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몇 가지 단어로 규정할 수 없는 그의 전위적인 시도를 보여주는 작품 110여 점으로 구성됐다.
닉 나이트는 패션 화보의 역사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모델 개인의 이미지에 초점을 맞추는 기존 작업 방식에서 벗어나 그는 구도와 의상을 살리는 데 집중했다. ‘여성의 몸을 보이지 않아도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다’는 디자이너 야마모토 요지의 말에 감명을 받아 시작한 사진 작업은 알렉산더 맥퀸, 존 갈리아노, 입생 로랑 등 동시대 유수 디자이너들과의 협업으로 이어졌다. 레이디 가가, 케이티 모스, 잡지사 보그 등 트렌드를 선도하는 이들과의 작업도 꾸준히 이어갔다.
‘패션을 예술로 승화시켰다’는 평을 받으며 그는 자신만의 독자적인 작업세계를 구축해왔다. 잉크 흡수력이 낮은 특수 종이에 이미지를 인쇄해 자연스럽게 잉크가 흘러내리게 함으로써 사진과 회화의 경계를 허물기도 했고(‘로즈’시리즈), 따로 촬영한 사진을 그래픽 처리를 통해 하나의 장면으로 선보이기도 했다(‘브리티쉬 버드’).
1990년대 당시 드물게 사용됐던 디지털 기술을 사진에 접목한 닉 나이트는 테이트 모던, 보스턴미술관 등에서도 수차례 작품을 선보였고, 2010년에는 대영제국훈장을 받았다.
1982년 사진집으로 출간된 이후 전시한 적이 없었던 ‘스킨헤드(Skinhead)’도 이번 전시에서 공개된다. ‘SKIN’이라 새겨진 타투뿐 아니라 거칠고 반항적인 모습을 여과 없이 담아냈다. 자신이 만든 이미지에 갇히지 않고 장애, 차별, 폭력, 죽음 등 사회를 향한 메시지까지 담아낸 그의 전시는 내년 3월 26일까지 열린다. (02)720-0667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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