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되어주세요] 82. 두 살 추정 시츄 찐빵
“찐빵아~”부르면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찐빵(수컷·2세 추정)은 조금 기다리면 먼저 다가와 아는 척을 하고 쓰다듬을 즐기는 애교쟁이 시츄입니다.
귀여운 외모에 애교까지 많은데 왜 버려진 걸까요. 사실 찐빵이 원래부터 귀염둥이는 아니었습니다. 5㎏안팎의 작은 몸집이지만 다른 개 친구들에게는 마구 짖고, 자신을 안거나 들어올리려는 사람들은 무는 ‘한 성질’하는 개였습니다.
하지만 이는 찐빵의 잘못이 아닙니다. 찐빵이 유기견이 된 데까지에는 복잡한 사연이 있었는데요. 찐빵은 지난 해 여름 서울 용산구에서 누더기 털을 지닌 채 구조가 되었고, 주인을 찾는 공고가 끝난 후에 매주 토요일 이태원에서 열리는 입양행사에 나오게 됐습니다. 귀여운 외모와는 달리 활동가들이 찐빵의 겨드랑이에 손만 대도 물려고 하고 성질을 부려 안타까워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던 중 찐빵의 주인이라는 사람이 행사장에 나타나 “이 시츄는 내 개다. 모란시장에서 키우려고 샀는데 물려고 해서 버렸다”면서 “찐빵을 데려갈 생각은 없으니 다른 개를 데려가겠다”고 한 겁니다.
활동가들은 이제 찐빵의 소유권은 용산구로 넘어왔으며 개가 사납다고 버리는 사람에게 다른 개를 입양 보낼 수는 없다고 돌려보낼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찐빵은 자신을 안아 올리려는 사람들에게 유독 공격적이었는데, 모란시장 케이지에 갇힌 채 많은 개들을 보면서 케이지를 나가면 죽는다는 것을 알아서 였을까요. 모란시장에서는 목숨을 구했지만 결국은 버림받은 게 더욱 아픈 상처가 되었을 지도 모릅니다.
찐빵을 보호해 준 임시 보호처에서는 사납게 굴지 않았지만, 행사장에 나오면 적응을 잘 하지 못했고 결국 찐빵은 1년간 훈련소에서 기초훈련을 받고 지난달 말부터 토요일 이태원 행사장으로 나와 가족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낯선 사람을 보면 짖고 마구 안으려고 하면 물려고 하지만 얼굴을 익힌 활동가나 보호소 사람들에게는 미소도 띠고 엉덩이까지 흔들며 온다고 해요.
하지만 스트레스를 받으면 꼬리를 물려고 하는 습성이 있어서 찐빵에게 관심을 가져주고, 아픔을 보듬어줄 수 있는 가족을 찾았으면 한다는 게 활동가들의 바람입니다.
가족의 사랑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찐빵을 비롯한 개와 고양이들은 8일 서울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1번 출구에서 400m 떨어진 공터에서 열리는 유기동물 입양 행사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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