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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피해 복구작업 하던 주민들 “또 비 온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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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피해 복구작업 하던 주민들 “또 비 온다니…”

입력
2016.10.06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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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차바의 영향으로 부서진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내 비프빌리지 야외무대가 6일 철거되고 있다. 부산=뉴시스
태풍 차바의 영향으로 부서진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내 비프빌리지 야외무대가 6일 철거되고 있다. 부산=뉴시스

“물폭탄을 쏟은 태풍 피해 정리가 겨우 끝났다 싶었는데 내일 또 많은 비소식이 있어 걱정이 태산입니다.“

6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 해안도로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박모(46ㆍ여)씨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그는 “전날 태풍에 방파제를 넘어 가게로 들이닥친 파도에 전면 유리창이 깨져 이날 하루 종일 플라스틱 박스를 잘라 임시방편 조치를 했다”며 “추가 피해가 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전했다.

제18호 ‘태풍’ 차바가 남부지방에 예상치 못한 피해를 남기고 지나간 6일 지역별로 복구작업이 한창인 가운데 이튿날(7일) 다시 비소식이 들려오자 피해 주민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6일 기상청에 따르면 7~8일 이틀간 남부지방과 제주도, 울릉도ㆍ독도에 30~80㎜, 충청도에는 10~40㎜의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남해안과 지리산 부근에는 8일 새벽부터 시간당 30㎜ 이상 폭우가 집중될 것으로 예보돼 산사태와 토사유출, 하천범람 등 태풍에 이은 추가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월파 피해 영상으로 우려를 낳은 해운대구 마린시티는 이날 오전까지도 곳곳에서 태풍 피해의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상가 유리창과 신호등, 도로, 하수관거가 파손됐고 아파트 단지와 도로에는 흙더미가 쌓여있었다.

보행로를 청소 중이던 현모(63)씨는 “나는 상가 내 청소담당인데도 일손이 모자라 상가 앞 도로를 치우고 있다”며 “대부분 복구가 됐는데 강수량이야 어찌됐던 또 비가 온다는 소식이 야속하다”고 말했다.

시간당 최고 124㎜의 물폭탄을 맞은 울산도 복구작업이 한창이었다. 태풍이 할퀴고 지나간 울산에서만 사망 3명 등 모두 5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도로 561곳과 주택 764채, 공장 21곳, 차량 1,411대 등이 침수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저지대인 중구 태화동 태화시장에서는 점포 150곳이 침수피해를 입었다. 태화시장 상인들은 태풍이 지나간 지 하루가 지났지만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태풍이 강타한 지난 5일이 장날이라 점포마다 물건을 잔뜩 구입해둬 피해가 더 컸다.

30년 넘게 옷가게를 했다는 박모(72ㆍ여)씨는 “순식간에 물이 차 들어올 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무섭기만 하다”며 “장날을 맞아 3,000여만원 정도 물건을 준비했는데 건질 게 거의 없다”고 토로했다.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정모(59ㆍ여)씨도 “오전 10시 넘어 갑자기 물이 들어오면서 금방 사람 가슴까지 찼다”며 “살아난 데 위안을 찾고 있지만 손해가 막심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엄두가 안 난다”고 말했다.

지역별로는 군인들까지 동원돼 복구작업에 구슬땀을 흘렸다. 이날 오전 제주시 용담1동 한천 인근에 위치한 김영운(83)씨의 침수된 주택에는 해병 제33대대 신속대응부대 소속 군인들이 바쁜 일손을 거들었다.

전날 새벽 집 옆 한천이 폭우로 범람하면서 머리 높이까지 물이 들어차 아수라장이 된 집 안과 마당이 하나씩 정리되는 모습을 보면서 김씨와 가족들은 그나마 안심했다. 엄두도 나지 않던 집 정리를 젊은 군인들 수십 명이 도와 피해복구는 이날 오전 거의 마무리됐다.

김씨는 “9년 전 나리 태풍 때도 침수된 집 정리를 군인들이 도와줬다”며 “다른 피해도 있지만 집이라도 빨리 정리돼 다행이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제주도에 따르면 이날 공무원, 자원봉사자, 군인 등 1,245명이 태풍 피해를 본 농촌지역 등에 투입돼 무너져 내린 비닐하우스 등을 복구했다. 도는 이날 오전 10시 현재 태풍 차바로 1명이 실종되고 총 114억8,900만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잠정 집계했지만, 사유시설 피해가 많아 피해액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 5일 제주항 2부두에서 실종된 신원미상의 선원은 오인신고 가능성이 있어 해경이 확인 중이다.

부산=정치섭 기자 sun@hankookilbo.com 울산=김창배 기자 kimcb@hankookilbo.com 제주=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ㆍ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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