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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정상화 의지 있기나 한가... 미방위 국감 '유감'

입력
2016.10.06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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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국회에서 열린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감사 자료를 들여다 보고 있다. 연합뉴스
6일 국회에서 열린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감사 자료를 들여다 보고 있다. 연합뉴스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 국정감사는 흡사 ‘스피드 게임’을 방불케 했습니다.

여야 의원들은 5분의 질의응답 시간과 1분 추가시간을 대부분 ‘성실하게’ 지켰고 감사대상 기관 증인으로 출석한 기관장 등에게 자신이 던진 질문에 “그렇다고 생각하겠습니다”라며 자신이 대답하는 ‘셀프 질의응답’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예상치 못한 폭로나 치열하고 끈질긴 공방은 없는 ‘속전속결’ 분위기가 국감이 열린 내내 미방위 회의실을 감돌았습니다.

물론 이유는 있었습니다. 지난달 27일과 29일 각각 예정돼 있던 방송통신위원회ㆍ방송통신심의위원회ㆍ시청자미디어재단 및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대한 국감이 당시 새누리당 의원들의 보이콧으로 파행된 이후 여야 간 합의를 통해 이날 한꺼번에 열렸기 때문입니다.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이 6일 미방위 국감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이 6일 미방위 국감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방송정책 전반을 관리ㆍ감독하는 방통위 등에 청와대의 공영방송 보도개입 논란을 비롯해 내년 3월로 다가온 종합편성채널 재승인 심사, 최근 지진으로 인한 재난보도 시스템 미비 등 산적한 방송 관련 쟁점들에 대한 입장을 조목조목 묻고 따져 대책을 마련할 만한 상황이 애초부터 가능하지 않았다는 얘기입니다.

게다가 최근 지진 발생으로 원자력발전소 안전 문제가 연일 도마에 오르면서 오전부터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대한 집중 질의가 이어지는 등 방송 관련 사안은 상대적으로 뒷전이란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이날 국감이 시작부터 김이 샌 이유는 또 있습니다. 김재철 전 MBC 사장과 백종문 미래전략본부장, 길환영 KBS 전 사장과 김시곤 전 보도국장 등이 결국 증인으로 채택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야당 의원들은 세월호 참사 보도 당시 청와대 보도개입 및 MBC 부당해고 논란 등 국감에서 양대 공영방송의 문제점을 다루기 위해선 반드시 필요한 증인이라고 주장했지만 결국 이들을 국감에서 볼 수는 없게 됐습니다.

이날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질의 시작 전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방송 소관 상임위인 미방위가 MBC 사태 진상 규명을 하지 못한다면 국회 권위와 기능을 스스로 포기하는 꼴”이라며 “MBC 해직기자인 이용마씨가 복막암 판정을 받고 생사 기로에 놓여있다. 오늘 중으로 증인 채택될 수 있도록 간사들이 협의를 해달라”고 촉구했습니다.

이어 같은 당 고용진 의원 역시 “세월호 참사 당시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KBS에 전화를 해 보도에 압력을 행사한 녹취록이 나왔다. 이 문제의 당사자들을 국감에 불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하지만 새누리당 미방위 간사인 박대출 의원이 “야당이 증인으로 지목한 사람들이 수사나 재판 중인데다 언론의 자유와 방송의 독립성을 존중해야 한다. 국회가 지나친 갑질을 해서는 곤란한 측면이 있다”고 맞섰고, 이에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박홍근 의원이 “재판 중인 분들이 국감 증인으로 출석한 사례는 많다”며 입씨름을 이어갔습니다.

미방위원장인 신상진 새누리당 의원이 “여야 간사들이 다시 논의하라”며 합의를 유도했지만 국감 일정 중 이날이 일반 증인을 신청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이었다는 걸 고려하면 사실상 이들이 추후라도 국감장에 모습을 비칠 가능성은 없게 됐습니다.

애초부터 잘못 꿰어진 단추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당의 국감 보이콧이란 유례없는 무책임함에서 비롯된 일정 변경 등 제대로 된 국감이 가능할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바꿔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야당은 또 무얼 했는지 의문입니다. 이날 여야 두 간사는 “지금까지 수 차례 만나 증인 채택과 관련한 논의를 나눴다”며 공방을 벌였지만 결국 공영방송 정상화 논의에 반드시 필요하다던 증인은 한 명도 부르지 못하는 무능을 ‘과시’했습니다.

결국 공영방송 정상화에 대한 의지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의지가 아예 없어 보이는 여당과 의지는 있을지 모르나 능력은 없는 야당 간의 ‘스피드 게임’에 한숨만 나온 오늘의 국감이었습니다.

조아름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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