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를 100여 일 앞둔 노석균 영남대 총장이 6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노 총장은 이날 영남대 본관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학교발전을 위해 일하는 과정에서 교직원에 대한 징계가 불가피하게 됐으나 모든 일은 법인과 소통하지 못한 총장에게 책임이 있다”며 총장 직을 그만두겠다고 밝혔다.
노 총장은 “현재 진행중인 징계가 원만하게 처리되기를 바란다”고 호소했지만 이날 영남대 실ㆍ처장 10여 명도 보직을 사임하겠다는 의사를 피력, 대학이 위기를 맞고 있다.
노 총장의 사의 표명은 재단의 징계요구가 직접적 원인이다. 학교법인 영남학원은 올 2월 대학에 대한 특별감사를 벌인 후 7월말 처장 2명 중징계, 직원 2명 경징계 조치토록 노 총장에게 통보했다.
노 총장은 지난달 9일 재단 측에 이의를 제기, 같은달 23일 재심의위원회가 열렸으나 기각됐다.
7일 징계 문제를 다룰 재단이사회를 앞두고 노 총장은 진퇴양난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감사에서 지적된 자신의 귀책사유를 덮어둔채 처장 등을 징계할 경우 리더십에 손상이 가고, 징계를 하지 않을 경우 재단 요구를 묵살하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이다.
노 총장과 재단과의 갈등은 뿌리가 깊다. 2013년 2월 취임 후 추진한 약학대학 이전이 대표적이다. 노 총장은 당초 낡고 오래된 약대 건물을 교내 생활과학대 뒤에 건립하려다 구성원들과 법인의 반대에 부딪혔다. 대학은 약대 앞 잔디밭에 새로 건축하는 안을 제시했으나 법인은 ‘그린존’이 훼손되면 안된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그 후 수차례 이사회를 통해 잔디밭을 일부 걸치는 ‘Z’형으로 건립 확정됐으나 대학 측은 잔디밭 건립 안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노 총장은 “현재 있는 건물 자리에 새로 짓기 위해서는 일정 기간 내부 설비와 실험장비를 보관할 대체공간 마련에 30억원이나 소요된다”며 잔디밭 건축안이 예산 절감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법인 관계자는 “법인의 요구사항은 다른 단과대학과의 형평성, 2층에서 5층으로 새로 짓는 스카이라인 등을 고려해 그린존을 지키라는 것 뿐이었는데, 학교 측이 이를 무시하고 수 차례 변경안을 들고와 혼란스러웠다”고 말했다.
노 총장 거주 임대아파트 이사 부대비용에 대해서도 다른 입장이다. 노 총장은 두 차례의 총장 관사 이사비용 7,900만원을 학교 측이 지불한 것에 크게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지만 법인은 대학이 적자예산을 편성하는 마당에 이사비용이 터무니없이 많다는 판단이다.
노 총장은 “총장 관사에 적합한 수준에서 이사했다”고 밝혔으나 법인 측은 “공식적으로 영남대에 총장 관사는 없으며, 임대아파트 이사비용은 당사자가 내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또 대학 측의 부적절한 적립기금 인출에 대해서도 ‘관행’과 ‘잘못’이라는 의견이 맞서면서 노 총장은 재단 측과 평행선을 달렸다.
여기다 노 총장은 지난 5월말 ‘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과실련) 상임대표에 취임하면서 6월8일에야 법인 측에 승인을 요구했다. 노 총장은 이를 불허한 법인에 맞서 8월 교원소청심사위를 통해 제소했다 취하하기도 했다. 노 총장은 “과실련 상임대표는 봉사직”이라며 문제없다는 입장이지만 법인은 “과실련은 큰 조직이며 총장이 겸직할 자리는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8월 초 교무회의에서 법인 징계요구 건이 알려지면서 보직교수 6명이 사표를 제출, 4명이 수리되는 등 영남대에는 내홍이 끊이지 않았다.
석줄기 영남대 비서홍보실장은 “실ㆍ처장 등 보직교수들도 일괄 사임 의사를 보였지만 새로운 진영이 갖춰질 때까지 업무를 계속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준호기자 jhjun@hankookilbo.com
다음은 노석균 영남대 총장과 일문일답.
_총장직을 사임한 다른 사유가 있나.
“다른 이유는 없다. 더 이상 학교가 힘들어하고 옳고 그름을 논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오랜 고민 끝에 제가 물러나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다.”
_법인과 소통했다면 잘 됐을 것으로 보나.
“징계가 부당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관례이기 때문에 융통성있게 해석되길 바란다. 재단 갈등문제로 끌고 가는 것은 옳지 않다.”
_총장직에서 물러나면 징계를 하지 않겠다는 협의가 있었나.
“여러 통로를 거쳐 징계 문제가 잘 해결되도록 얘기했다. 결국 학교징계위원회가 판단할 몫이다. 선처해 주길 바란다.”
_특별감사 계기가 경영부문에 문제가 있었다는 의견과 퇴임 이후 징계 대상 될 수 있는지 입장 밝혀달라.
“모든 사립대 경영과 재정이 어렵다. 정부의 평가와 구조개혁이 이뤄졌고 대학도 구조평가 A등급, 프라임사업 선정 등 노력을 했다. 하지만 법인은 입장이 다르다. 정해진 예산안에서 사용하자는 원칙과 입장을 이해한다. 나름대로 효율적인 경영을 해왔다고 생각한다.”
_법인과 소통이 안된 이유는.
“약대부지 변경건이 법인에서 문제 될 것으로 예상했다. 미리 소통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_퇴임 후 계획은.
“학과로 돌아가 영남대를 위해 봉사할 생각이다.”
_마지막으로 한 말씀.
“우수한 젊은 교수진과 교원의 자율성이 대학을 움직이는 동력이다. 임시체제 오래하다 정식재단 관리로 넘어왔다. 비정상의 정상화란 말처럼 총장과 법인 권한의 상호균형이 중요하다. 총장을 맡으면서 학생들로부터 후한 평가를 받고, 교육부 구조개혁에서 최고 성과를 거둔 것이 보람이다. 경쟁력과 잠재력으로 발전을 이루는데 벽돌 한 장을 올렸다. 불미스러운 일 잘 봉합되고 회복돼 성장하기 바란다.”
최규열기자 echoi10@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