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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되고 싶은 청년의 꿈, 아바나 빈민가의 노래가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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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되고 싶은 청년의 꿈, 아바나 빈민가의 노래가 되어...

입력
2016.10.0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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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되고픈 남자 헤수스는 여장한 채 무대에 올라 새로운 삶을 꿈꾼다. 히스토리필름
여자가 되고픈 남자 헤수스는 여장한 채 무대에 올라 새로운 삶을 꿈꾼다. 히스토리필름

어머니는 오래 전 돌아가셨고, 얼굴을 본 기억조차 없는 아버지는 행방을 모른다. 쿠바 아바나 빈민가의 청년 헤수스(엑토르 메디나)는 낡고 지저분한 아파트에서 홀로 살며 생계를 꾸린다. 헤수스의 생업은 미용이다. 동네 여인들의 머리를 매만지고, 무대에서 공연하는 드랙퀸(여장 남자)의 가발을 다듬는다.

전통적인 남성성과 거리가 먼 직업을 지닌 헤수스는 여자가 되고 싶은 남자다. 예쁜 드레스를 입고 짙은 화장을 한 채 여자 가수의 노래에 입을 맞추며 격정을 전하는 드랙퀸의 쇼는 그의 원초적인 욕망을 자극한다. 더 늦기 전 꿈을 찾겠다며 헤수스는 어설프게 오디션을 보고, 서투른 실력으로 무대에 오른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돈도 벌 수 있게 됐다고 기뻐할 무렵 난생 처음 본 중년 사내가 나타나 헤수스의 얼굴에 주먹을 날린다. 젊은 시절 인기 복서였던 아버지가 출옥을 한 뒤 아들 헤수스를 찾아온 것이다.

영화 ‘비바’의 대립 구도는 명확해서 진부하다. 사나이 기질이 강한 아버지와 그 반대 편에 서있는 아들의 만남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험한 갈등으로 이어진다. 오랜 감옥 생활 뒤 갑자기 등장한 인물이 단지 아버지라는 이유만으로 윽박지르며 자신이 집의 주인이라고 선언하니 헤수스는 반발할 수 밖에. 가부장의 권한만 강조하고 생활 능력은 전혀 없는 아버지이지만 헤수스는 집을 박차고 나가지도 못한다. 아버지가 시한부 삶 선고와 함께 특별 사면된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자신의 삶마저 버거운 헤수스는 한사코 자기의 꿈을 막아서는 아버지의 부양까지 떠맡는다.

영화는 섬세한 감정 묘사와 진한 여운을 남기는 노래로 상투성을 넘어선다. 아버지와 등을 돌리지 않으면서 자신의 꿈을 이루려는 헤수스의 고투는 관객들 마음에 파도를 일으키기 충분하다. 호구지책도 없으면서 “죽으면 죽었지”라며 헤수스의 앞길을 막던 아버지의 마음이 흔들릴 때 관객들의 마음도 동요한다. 헤수스가 유사 가족의 가장이 되는 과정은 억지스럽긴 하나 사랑으로 뭉쳐야 진정한 가족이라는 단단한 메시지를 전한다.

영화 제작 과정이 흥미롭다. 아일랜드 제작진과 쿠바의 배우들이 합작한 작품이다. 낡고 낮은 건물들로 가득 차고 오래된 자동차가 퇴락한 도로를 달리는 아바나의 풍광은 쓸쓸하면서도 기이한 낭만을 부른다. 감독 패디 브레스내치. 13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라제기 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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