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에 걸친 내전을 끝내고 반군과 평화협정을 맺은 후안 마누엘 산토스 콜롬비아 대통령이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결정됐다. 반군과의 평화협정이 이달 초 국민투표에서 부결됐음에도 상을 받은 것은 콜롬비아의 평화와 화해를 위한 그의 의지와 열정이 높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산토스 대통령은 이번 수상으로 평화와 화해의 정치인으로 인정받았지만 그가 원래 그랬던 것은 아니다. 신문 재벌 가문 출신인 그는 친미 보수 성향의 알바로 우리베 전 대통령 당시 국방장관으로 있으면서 반군에게 강경한 보수 우파 정치인이었다. 그랬던 그가 대통령에 당선된 뒤 콜롬비아 최대 반군인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과 평화 관계 구축에 나서고 이를 위해 대화를 선택한 것은 놀라운 변신이다. 반목과 갈등을 풀고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강경 노선 대신 유연성에서 찾으려 한 것은 많은 점을 시사한다.
콜롬비아 내전은 쿠바 혁명에 고무된 농민 지도자들이 1964년 공산정권 수립을 목표로 FARC를 조직하면서 본격화했으니 그 역사가 52년이나 된다. 그 사이 22만여 명이 목숨을 잃고 이재민 800만여 명이 발생해 시리아 못지 않은 아픔을 겪었다. FARC 또한 결성 당시 내세운 목표 달성에 실패하고 마약 거래와 인신 매매, 인권 침해 등 잘못을 저질렀다. 이 나라의 왜곡된 경제구조와 정부, 우익민병대의 잘못도 컸지만 FARC 역시 명분으로 덮을 수 없을 만큼 잘못이 많다. 이 단체의 지도자 로드리고 론도뇨를 노벨평화상 수상자에서 제외한 것도 그 때문이다.
이렇게 평화협정이 국민투표에서 부결되는 우여곡절을 겪은 것은 평화로 가는 길이 그만큼 험난하고 어렵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럼에도 노벨위원회가 산토스 대통령에게 상을 준 것은 평화협정을 기필코 마무리하고 콜롬비아를 평화와 화해, 정의가 살아있는 나라로 만들어달라는 당부이자 격려다. 실제로 노벨위원회는 “평화협정 체결을 위해 노력한 당사자들이 끝까지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해 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대결을 떨치고 평화로 나아가는 길이 아무리 힘들고 고통스러워도 열정과 의지로 이겨내면 진정한 평화를 맞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지난 역사에서 보아왔다. 그런 만큼 콜롬비아의 구성원들이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계기로 평화를 향한 의지를 가슴 깊이 새기고 마지막 발걸음을 함께 내딛는다면 평화체제를 완성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이번 수상을 보면서 콜롬비아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분쟁과 혼란을 멈출 수 있는 지혜와 노력이 모아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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