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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대선 사상 가장 추잡한 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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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대선 사상 가장 추잡한 토론”

입력
2016.10.10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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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 보낼 것” vs “자격 없다”

트럼프, 여성 비하 공격당하자

“나는 말로 했지만 빌은 행동해”

클린턴, 이메일 스캔들 공세에

“실수였다” 해명 없이 회피 일관

언론들 “미국 정치가 바뀌었다”

수준 낮은 대선 토론 맹비난

9일 미국 미주리 주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학에서 미 대선후보 2차 TV토론에서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
9일 미국 미주리 주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학에서 미 대선후보 2차 TV토론에서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

9일 저녁(현지시간)열린 미국 대선 후보 2차 TV토론은 역사상 가장 결함 많은 두 후보의 대결답게 유례없이 저속하고 수준 낮게 진행ㆍ마무리됐다.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와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 모두 초반부터 ‘성추문’과 ‘성폭행’을 공격무기로 삼았고, 불리한 질문에는 딴소리로 회피했다. 트럼프는 집권하면 특별검사를 임명해 클린턴을 감옥에 보내겠다고도 협박했다.

미주리 주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학에서, 방청객이 직접 질문하는 ‘타운홀 미팅’ 방식으로 진행된 이날 토론은 ‘트럼프의 음담패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성폭행’, ‘트럼프의 납세의혹’, ‘클린턴의 이메일 스캔들’등을 둘러싸고 난타전이 벌어졌다. 토론 시작 직후 예상대로 트럼프를 위기에 몰아 넣은 ‘음담패설 영상’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미리 준비한 듯 트럼프는 “탈의실 농담(Locker Room Talk)에 불과하며, 가족과 미국인들에게 사과했다”고 말한 뒤, 재빨리 이슬람국가(IS)로 말을 돌렸다. “대통령이 되면 IS를 물리치겠으며, 그게 더 중요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진행자인 CNN 앵커 앤더슨 쿠퍼가 ‘실제 그런 행동을 했느냐’고 정확한 대답을 재촉했지만, 계속 회피했다.

그러자 클린턴은 “48시간 동안 이에 대해 생각했다”고 운을 뗀 뒤 “트럼프는 대통령 될 자격이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그 동안 트럼프의 여성 비하 내지 모욕 발언들을 언급한 뒤 “이게 바로 트럼프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어 진행자가 다시 한번 트럼프를 향해 “당신은 변화를 이야기했는데 언제부터인가”라는 온라인 청중 질문을 던졌다. 이에 트럼프는 “저속한 발언을 했고 자랑스럽게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자세를 낮춘 뒤 바로 클린턴 후보의 남편 빌 클린턴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는 “저는 말만 했지 빌은 행동으로 옮겼다”면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여성 편력 문제를 본격 거론했다. 그러면서 그는 클린턴 후보가 남편의 성추문 피해자 여성에게 5만달러의 배상금을 지급했다는 사실까지 거론하면서 “힐러리는 피해자들을 부당하게 대했다”고 공격했다.

이에 힐러리는 즉답을 피했다. 그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부인 미셸 여사가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내놓아 유명해진 ‘그들이 낮게 나와도, 우리는 높게 간다’(When they go low, we go high)는 말을 구실로 트럼프 공격에 대응하지 않았다. 대신 주어진 답변 시간 2분을 트럼프가 전사한 무슬림 장교 부모를 모욕했던 일로 채웠다.

트럼프는 이어 클린턴의 이메일 스캔들로 옮겨갔다. 그는 “3만3,000개의 이메일을 삭제한 것에 대해 힐러리는 사과해야 한다”고 포문을 연 뒤 “내가 당선되면 특별검사를 통해 재수사를 벌여 감옥에 보내겠다”고 압박했다. 이에 클린턴은 “실수였다”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할 뿐 구체적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월가 고액강연 문제에 대해서도 클린턴은 폭로자료 해킹의 배후로 알려진 러시아를 화제로 돌리며 빠져 나갔다.

트럼프는 1차 토론과 달리 흥분하지 않고 남편의 성폭행과 이메일 스캔들에 대해 클린턴을 몰아붙여 토론을 주도한 인상을 줬다. 발언시간도 트럼프(40분10초)가 클린턴(39분5초) 보다 근소하게 많았다.

하지만 현지 언론의 평가는 냉혹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TV토론 사상 가장 추잡한 토론"이었다고 평가했고, CNN방송은 "진흙탕 싸움"이라며 "일요일밤 미국 정치가 바뀌었다"고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암울한 토론이었다. 두 사람은 90분 동안 서로에 대해 공격만 했다"고 비판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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