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KIA의 와일드카드 결정 2차전. 끝없는 0의 행진이 이어지던 9회말 정규이닝 마지막 공격에서 LG는 정상호의 우전안타와 손주인의 볼넷으로 1사 1ㆍ2루 기회를 만들었다. 물러설 곳 없는 김기태 KIA 감독은 선발 요원인 지크 스프루일을 투입하는 강수를 띠웠다. 그러나 LG 대타 서상우가 스프루일의 초구를 공략해 우전안타를 때려 1사 만루의 기회를 잡았고, 이어 타석에 선 김용의는 2구째를 받아 쳐 큼지막한 타구를 외야로 보냈다. 전진 수비하던 KIA 중견수 김호령이 전력 질주해 잡았지만 3루 주자가 태그업하는 데는 지장이 없었다.
LG가 김용의의 끝내기 희생플라이를 앞세워 1-0으로 승리, 1승을 안고 시작한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1승1패로 균형을 맞추며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끝내기 희생플라이는 포스트시즌 역대 세 번째다.
숨막히는 승부에 마침표를 찍은 건 김용의였지만 LG 선발 류제국(33)이 지배한 경기였다. LG는 전날 1차전에서 KIA에 2-4로 패해 정규시즌을 4위로 마치며 얻은 어드밴티지 1승의 여유가 사라졌다. 물론 2차전에서 비기기만 해도 되는 유리한 상황인 것에는 변함이 없지만 심적으로 쫓기는 쪽은 LG였다. 류제국도 이틀 전 미디어데이에서 “(1차전 선발 투수인)허프에게 네가 끝내야 한다고 압박을 주고 있다. 2차전 선발은 그만큼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나 큰 경기와 만원 관중을 즐기는 류제국의 배짱은 유감없이 발휘됐다. 그는 최고 145㎞의 직구와 최저 111㎞의 커브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KIA 타선을 농락했다. 8이닝 동안 116개의 공을 던지며 6회초 1사 후 브렛 필에게 내준 2루타가 유일한 피안타였다. 볼넷과 삼진은 각각 3개와 6개. 최고 30㎞가 넘는 구속 차에 KIA 타자들은 타이밍을 완전히 뺏겨 헛방망이를 휘둘렀고, 이렇다 할 찬스조차 잡지 못했다.
류제국은 5회초까지 사4구 4개만 허용했을 뿐 단 1개의 안타도 내주지 않는 완벽한 투구를 이어갔다. 6회초 1사 후 필에게 첫 안타를 2루타로 내줬으나 전날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던 유격수 오지환이 호수비로 어깨를 가볍게 해 줬고, 이어 안치홍을 1루수 파울 플라이로 잡아냈다. 8회초 1사 2루의 위기까지 막아낸 류제국은 이날 비록 승리투수가 되지는 못했으나 그의 최우수선수(MVP) 선정에는 이견이 없었다.
KIA 선발 양현종도 6이닝을 5피안타 2볼넷 4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아 포스트시즌다운 명품 투수전이 펼쳐졌지만 마지막 행운은 LG에 따른 셈이다.
LG는 하루를 쉰 뒤 13일부터 넥센과 5전3선승제의 준플레이오프를 치른다. 양팀의 포스트시즌 맞대결은 2년 만이다. 2014년 플레이오프에서 만나 넥센이 3승1패로 이기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바 있다.
한편 2차전 입장권도 경기 전에 모두 팔려 포스트시즌 8경기 연속 매진 행진을 이어갔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ㆍ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ㆍ김주희기자 juh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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