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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의 새ㆍ물ㆍ바람 소리… 몸, 푸르게 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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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의 새ㆍ물ㆍ바람 소리… 몸, 푸르게 충전

입력
2016.10.1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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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치유 공간인 숲에서 건강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힐리언스 선마을의 잣나무 숲에서 명상을 하고 있는 참가자들. 힐리언스 선마을 제공
자연의 치유 공간인 숲에서 건강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힐리언스 선마을의 잣나무 숲에서 명상을 하고 있는 참가자들. 힐리언스 선마을 제공

10여 년 전 일이다. 한달 여 계속된 야근과 술자리로 몸이 심하게 축난 적이 있다. 몸을 추스르고자 며칠 휴가를 내곤 강원 양양의 휴양림에 혼자 들어갔다. 낮에는 숲길을 걸었고 밤에는 깊게 잠을 잤다. 약수로 목을 축이고 산채로 차려진 소박한 음식으로 끼니를 때웠다. 누가 일러줘서가 아니라 몸이 저절로 찾아간 그 숲에서의 2박3일, 몸은 푸르게 충전됐다. 숲의 치유를 직접 체험했던 기억이다.

숲치유 전문가들은 피톤치드, 음이온, 깨끗하고 풍부한 산소와 맑은 공기 같은 걸 숲의 건강효과 인자들이라 한다. 이들 물질이 도시의 오염에 찌든 우리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해준다. 숲 속의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 자연의 향기와 아름다운 풍광 등은 우리의 오감을 일깨운다.

독일에서는 이미 100년 전부터 숲과 온천을 활용한 보완대체의학이 발달해왔고, 일본은 2004년부터 국가적으로 산림테라피 기지 인증 사업을 실시해오고 있다.

국내에서도 숲의 치유를 기본으로 하는 웰니스 공간들이 생겨나고 있다. 강원 홍천의 힐리언스 선마을은 숲에서 건강을 찾는 웰니스의 선봉에 선 모델이다. 선마을은 지난 달 증축동을 완공하며 수용 능력을 배가시키고 시설 및 프로그램을 업그레이드했다. 경북 영주의 소백산 자락엔 대규모의 국립 산림치유원이 최근 문을 열었다.

힐리언스 선마을

힐리언스 선마을
힐리언스 선마을

강원 홍천군 비발디파크 인근 깊은 산중에 들어앉은 힐리언스 선마을. 도시의 스트레스에 지친 이들이 짧으면 1박 2일, 길면 한달 여 자연의 품 속에 안겨 숲의 기운을 통해 건강해지는 공간이다. 선마을의 촌장인 이시형 박사가 한참을 찾아 발견한 명당이란다. 그는 전쟁이 나도 모를 만큼 깊은 숲속에 푹 파묻힌 곳에 치유의 마을을 만들고 싶어했다.

단순한 수명 연장 보다 건강한 수명을 늘려보자고 시작했다. 이 촌장은 몸과 마음, 음식, 운동 등 4개 습관을 개선해야 건강해질 수 있다고 보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청정의 숲을 찾았고, 명상 요가 식이요법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접목했다. ‘올바른 4대 습관으로 건강한 백세인생’을 모토로 문을 연 국내 최초의 웰니스 센터다.

2005년 승효상 건축가가 ‘빈자(貧者)의 미학’이란 콘셉트로 설계를 시작, 2007년 봄ㆍ여름동 및 정원동이 문을 열었다. 그리고 지난달엔 김준성 건축가가 ‘조응(照應)의 건축’을 콘셉트로 설계한 증축동(가을ㆍ겨울동, 숲속동)이 완성됐다. 이번 증축으로 선마을의 객실은 49객실에서 88객실로 늘어났다.

새로 지어진 건물인 가을동에 웰컴센터가 있다. 첫 방문자는 이곳에서 안내를 받아 객실 키를 받고 참여 프로그램을 소개 받는다. 선마을에서 마련한 여러 프로그램 중 자신이 원하는 것을 골라 참여하는 것. 숲테라피, 브레인 뮤직샤워, 마음의 향기, 비움의 검, 리프레싱 마사지, 와식명상, 밸런스 요가, 굿바이 스트레스, 바디 밸런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됐다.

객실에 짐을 푼 뒤엔 생활한복으로 갈아입고 이들 프로그램에 참가한다. 요가 프로그램과 함께 잣나무 숲에서 하는 와식명상이 인기가 높다고. 잣나무숲의 평평한 바닥에 누워 명상을 하다 스르르 잠에 빠져든다. 숲속의 짧지만 깊은 낮잠으로 몸은 한결 가벼워진다.

선마을을 품은 종자산의 울창한 숲속에는 9개의 트레킹 코스가 설치돼 있다. 프로그램 사이사이엔 황토 찜질방, 탄산스파 등을 즐기며 쉴 수도 있다. 미리 예약하면 마약탐지견 출신의 강아지 3총사와 함께 숲길 산책도 나설 수 있다.

식습관을 개선하기 위해 일부러 선마을을 찾는 이들도 있다. 이곳의 유기농 채소 위주의 저염식 식단을 통한 자연치유식 때문이다. 올 여름엔 젊은 부부가 한달 간 머물며 현미푸드 테라피를 체험하기도 했단다. 이전에는 50,60대들이 많았다면 최근엔 30,40대 젊은층들이 많이 찾고 있다. 기업 연수 프로그램으로 경험해본 이들이 가족들과 함께 다시 찾아오기도 한다.

건강을 위해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휴대폰이 안 되며 TV도 없다. 음식도 저염식이다 보니 조금 허전하다. 객실까진 비탈길을 걸어 올라야 하고 밤에도 보름 전후 열흘간은 가로등 조명 없이 달빛에만 의존해 다녀야 한다. 자연에 최대한 가까이 가기 위해 만든 규칙들이다. 침실에 누우면 천창을 통해 하늘이 보인다. 별을 세다 잠에 빠져든다.

사전 예약을 통해 이용 가능하다. 스탠다드룸 기준 1박2일 일정이 식사와 프로그램비 포함 1인 20만5,000원, 2인 29만8,000원부터다. 숙소와 프로그램, 주중 주말에 따라 요금은 상이하다. www.healience.com

영주 국립산림치유원

경북 영주에 새로 문을 연 국립산림치유원의 마실치유숲길에서 참가자들이 명상을 하며 숲의 기운을 받아들이고 있다.
경북 영주에 새로 문을 연 국립산림치유원의 마실치유숲길에서 참가자들이 명상을 하며 숲의 기운을 받아들이고 있다.

사바나 이론에 따르면 인류의 역사 장구한 세월 중 농사를 짓고 도시를 형성해 살아온 건 아주 짧은 순간에 불과하다. 인류의 역사 대부분은 숲에서 지냈고 아직도 인간의 육체 설계는 숲 생활에 알맞게 짜여있다고 한다. 우리가 숲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치유의 효능을 얻는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다.

국립산림치유원은 경북 영주와 예천의 소백산 자락에 자리하고 있다. 지난 달 문을 연 국립산림치유원의 전체 면적은 2,900㏊. 숲치유 선진국인 독일, 일본에서도 이렇게 큰 규모의 국립 숲치유 공간은 없다.

이곳에서의 숲치유도 선마을과 비슷한 일정이다. 오후 2시쯤 입촌해 상담을 통해 맞춤 프로그램을 제안 받는다. 이후 선택한 프로그램을 찾아 다니며 숲 트레킹, 명상, 요가, 수치료 등을 받는다.

숙박공간으론 단기 체류자를 위한 주치마을, 단체를 위한 산림치유수련원, 장기숙박객을 위한 문필마을 등이 있다. 총 112개실로 하루 최대 314명이 머물 수 있다. 산림치유원의 숲길은 모두 9개다. 주치마을의 숙박시설과 연결되는 마실치유숲길의 경우 2㎞가 넘는 데크길이 이어져 노약자나 아동 등도 쉽게 숲 속을 거닐 수 있다.

마침 영주 양로원의 노인분들이 산림치유원을 찾았다. 모처럼의 나들이로 어르신들의 표정이 밝다. 쉬엄쉬엄 데크길을 걸어선 시냇물이 가까운 자리에 앉았다. 지도사의 안내에 따라 명상에 들어간다. 가장 편한 자세로 앉아 눈을 감고 물소리를 듣는다. 시름과 걱정을 물소리에 흘려 보낸다. 이제 자신과 화해하는 시간. 오른손을 심장 위에 올리고 자신과 화해하지 못한 것들을 떠올려 본다. 심장을 쓰다듬으면서 감사하다고 전한다. 다 따라 한 어르신들은 한결 더 편안해진 얼굴이다.

최소 2일 전까지 예약해야 한다. 2인실 2인 기준 14만8,000원부터. daslim.fowi.or.kr

홍천ㆍ영주=이성원 기자 sung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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