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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쇼핑 할인축제? 우린 몰라요" 썰렁한 전통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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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쇼핑 할인축제? 우린 몰라요" 썰렁한 전통시장

입력
2016.10.1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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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보다 참여 2배 늘었지만

“언제 그런 행사가 있었나요”

정작 상인들은 모르기 일쑤

중기청 “참여시장 매출 18% 증가 ”

상인들은 “현실과 너무 달라요”

서울 관악구 인헌시장에 ‘코리아 세일 페스타’ 참여를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상인들은 “시장통이 지하철역과 아파트 단지를 이어주고 있어 오고 가는 사람은 많지만 100명 있어야 10명이 물건을 산다”고 할 정도로 장사가 안 된다고 토로했다. 고영권 기자 youngkoh@hankookilbo.com
서울 관악구 인헌시장에 ‘코리아 세일 페스타’ 참여를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상인들은 “시장통이 지하철역과 아파트 단지를 이어주고 있어 오고 가는 사람은 많지만 100명 있어야 10명이 물건을 산다”고 할 정도로 장사가 안 된다고 토로했다. 고영권 기자 youngkoh@hankookilbo.com

“영세한 전통 시장이 세일을 해봐야 얼마나 할 수 있겠어요, 그렇게 찔끔해봤자 소비자들은 반응도 안 해요.”

12일 서울 관악구 인헌시장 앞엔 대규모 할인 행사 ‘코리아 세일 페스타’(9월29일~10월 31일)를 알리는 입간판이 세워져 있었다. 속옷가게를 운영중인 유연오씨도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러닝셔츠 5장을 10년 전 가격인 1만원에 할인 판매했다. 그러나 유씨는 “어차피 1장에 2,000원 주고 떼오는 것이어서 남는 건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인헌시장에서 코리아 세일 페스타에 참여하고 있는 점포는 55곳 중 22곳으로 절반도 안 됐다. 행사에 동참하지 않은 상인 이모씨는 “더 싸게 팔 것도 없어 참여하지 않았다”며 “행사 영향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가게에서는 미나리 한 단을 2,000원에, 밤고구마 1㎏을 5,000원에 팔고 있었다. LA갈비 1근(기존 가격 1만5,800원)을 9,900원에 내 놓은 상인 최필규씨도 “행사를 해도 손님들은 잘 모른다”고 말했다.

코리아 세일 페스타가 한창이지만 떠들썩한 백화점과 달리 전통시장의 분위기는 썰렁하기만 하다. 정부는 이번 코리아 세일 페스타에 참여하는 전통시장(405곳)이 지난해의 2배라고 밝혔지만 실상은 빛 좋은 개살구다. 심지어 상인들조차 모를 정도로 깜깜이 행사로 진행되는 경우도 많았다. 지난 10일 중구 남대문시장의 한 의류 상가 상인도 행사에 대해 묻자 “코리아 세일 페스타? 그게 뭔데요?”라고 되물었다. 남대문시장은 12~21일 코리아 세일 페스타에 참여한다. 상가 어디서든 5만원 이상 구매하면 5,000원을 온누리상품권으로 돌려주는 행사도 정작 상인들은 모르고 있었다.

이러한 실상은 중소기업청이 이날 코리아 세일 페스타 참여 전통시장 3곳 중 2곳의 매출이 늘었다는 발표한 자료와는 다른 것이다. 9월29~10월9일 행사에 참여한 50개 시장 상인 250명과 고객 100명을 대상으로 중기청이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상인 64.4%가 매출이 증가했다고 답했다. 평균 매출액 증가율은 18.5%였다. 평균 고객 증가율도 22.0%나 됐다. 그러나 상인들은 현실과 전혀 맞지 않는 내용이라고 꼬집었다.

이미 코리아 세일 페스타를 진행한 것으로 돼 있는 일부 시장에서도 언제 그런 행사가 있었냐는 반응이 나왔다. 중기청 자료에 따르면 종로구 광장시장은 지난 1일 한복을 10% 할인 판매했다. 그러나 광장전통시장에서 한복 가게를 운영 중인 윤모씨는 “그런 얘기는 처음 들어본다”며 “할인 행사를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9월 29일부터 10월9일까지 코리아세일페스타에 참여한 것으로 돼 있는 마포구 아현시장도 아직 일정을 정하지 못한 상태다. 아현시장 상인회 관계자는 “상인들의 동의를 얻는 등의 협의가 안 돼 아직 최종 일정이 확정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일회성 행사에 그치기도 했다. 지난달 30일 코리아세일페스타에 참여한 서울의 한 시장 관계자는 “행사 전 뿌린 경품권을 가지고 시장을 방문한 고객들에게 경품을 나눠줬다”며 “그러나 예산이 풍족하지 못해 하루 만에 끝났다”고 말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전통시장은 이미 값이 싸기 때문에 할인할 여력이 없는데다 모객 이벤트를 자체적으로 하기도 어렵다”며 “상인들의 참여율을 높일 수 있는 실직적인 지원책이 함께 강구돼야 한다”고 밝혔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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