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 앱ㆍ사이트 차단 앱 19종
사용 시간ㆍ내역과 문자 대화 등
위치 추적해 부모에 알려주기도
아이들 “감시 당하는 느낌 불쾌”
앱 우회 방법 묻는 글 인터넷 봇물
시민단체 “기본권 침해” 헌법소원
“감시ㆍ통제보다 교육이 해법” 지적
자녀에 대한 부모의 감시(혹은 보호)는 통신 발달과 함께 발전하고 있다. 시공간 제약이 사라지면서 스마트폰은 현대판 ‘판옵티콘(개인을 감시하는 원형감옥)’으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현재 가장 보편적인 청소년 감시 수단을 꼽자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들 수 있다. 12일 방송통신위원회가 운영하는 정보포털 와이즈유저에 따르면, 온라인에 유통 중인 청소년 유해정보 차단 앱은 모두 19종에 달한다. 모두 청소년들을 유해 앱과 홈페이지로부터 차단하는 게 목적이다. 일부 앱은 자녀가 누구와 연락하며, 어떤 정보에 접근했는지 등 사용 내역을 부모에게 제공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모바일펜스가 서비스 중인 ‘자녀스마트폰 관리’ 앱은 ‘자녀가 실행한 앱, 방문 웹사이트, 사용시간, 문자 대화, 위치정보 등 모든 온라인 활동을 주시하고, 자녀의 스마트기기 사용 습관을 개선하세요’라고 광고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위치 추적을 통해 부모가 설정한 지역을 벗어나면 즉각 알림이 오는 기능도 있다.
감시에 맞서 숨 쉴 궁리를 모색하는 청소년들의 몸부림도 웃지 못할 상황이다. 기자가 포털사이트에 모바일펜스를 검색했더니 연관 검색어로 ‘삭제’ ‘비활성화’ 등이 나타났다. 연관 검색어를 입력하자 앱을 우회하는 방법을 질문한 게시 글이 봇물을 이뤘다. 여기에는 “(유해 정보 차단 앱의) 자동실행을 방지하는 별도의 앱을 설치하라” “스마트폰을 공장 출고시점으로 초기화하라” 등 검증되지 않은 조언들도 여럿 있었다.
이런 현실을 두고 시민단체인 오픈넷은 지난 8월 청소년이 휴대폰을 개통, 사용할 때 의무적으로 유해정보 및 음란물 차단 앱을 설치토록 하고 있는 전기통신사업법 32조의 7에 대해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해당 조항이 청소년의 정보 접근 여부를 감시하면서 사생활의 자유를 제약하는 등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가연 오픈넷 변호사는 “일부 유해정보 차단 앱의 경우 보안이 취약해 해킹을 당했을 때 고스란히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밖에 없는 위험도 있다”며 “기술적으로 학생을 모니터링 하기보다 학교에서 교육을 통해 유해 정보의 폐해를 알리는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휴대폰의 보급은 주요 일상공간인 학원도 감시의 영역으로 끌어들였다. 일부 학원들은 학생들의 출입 시각을 학부모들에게 문자로 전송하고, 결석 시 즉시 공지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기본 취지는 방과 후 학생들의 신변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는 것이지만, 학생들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는다. 고교 1학년 양모(16)양은 “좋은 목적이라고는 해도 내 행동들이 감시 당하고 있다는 느낌은 불쾌하다. 문자를 안 보내는 학원을 일부러 찾아서 다니는 친구들도 많다”고 말했다.
청소년 인권단체 아수나로의 활동가 장은채(19)씨는 “우리 사회는 일탈의 책임을 청소년들에게 돌리고 있기 때문에 감시가 효율적인 수단이라고 인식된다”며 “범죄 우려 지역의 치안을 강화하는 등 사회적 환경을 정비하는 대책이 더 시급하다”고 말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