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8%로 0.1%P 하향
올해 들어 계속 내려잡았지만
LG경제硏 2.2% 전망과 큰차
정부만 한은보다 높은 3.0%
美 금리인상 ㆍ中 성장 둔화
기업 구조조정ㆍ가계부채 급증
갤노트7 등 국내외 악재 겹쳐
저성장 고착화 우려 깊어져
한국은행이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또 다시 낮췄다. 3개월에 한번씩 전망을 내놓을 때마다 0.1~0.2%포인트씩 내려 잡는 형국이다. 우리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는 개선이 되지 않은 채 새로운 악재들이 불거지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경제 상황이 더 나빠지고 있다는 얘기다. 미국 금리인상, 구조조정, 수출 둔화 등 켜켜이 쌓인 난제에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우리나라 ‘빅2’ 기업마저 휘청대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조차도 너무 낙관적”이란 진단들이 나온다.
한은은 13일 발표한 ‘2016~17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은 7월에 발표했던 2.7%를 유지했지만,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2.9%에서 2.8%로 0.1%포인트 낮춰 잡았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전망치를 1.1%에서 1.0%로 내린 반면, 내년 전망치는 1.9%를 유지했다.
한은은 내년 성장률을 올 1월 3.2%로 전망한 이후 석 달마다 4월 3.0%→7월 2.9%→10월 2.8%로 계속 내려 잡고 있다. 한은이 당초 전망했던 것과는 조금씩 다르게 국내외 경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주열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성장률 전망 하향 조정 배경에 대해 “내년 세계경제 성장률과 교역신장률 전망치를 낮춘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말했다. 대외경제 상황 악화가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성장률을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얘기다. 실제로 대외여건은 먹구름이 가득하다. 올 12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은 이제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고, 우리나라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성장 둔화도 만만찮다. 브렉시트(Brexitㆍ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협상 본격화에 따라 유럽의 불확실성도 점점 커질 수밖에 없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미국의 금리인상이 신흥국 자본유출로 이어질 경우 우리나라의 정책 대응 능력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마이너스 금리 정책의 부작용으로 유럽, 일본이 추가적인 경기부양책을 쓰기 어렵다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국내 상황도 악재투성이다. 공급 과잉 우려 속에 국내 경기를 이끌어 온 건설투자가 축소되면서 단기적인 경기 활력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고, 기업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서 고용시장의 위축도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폭증하는 가계부채와 이를 기반으로 한 부동산시장 과열은 경고음이 연일 울려대고 있다. 더구나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단종 조치, 현대자동차의 파업 후유증 등의 여파가 어디까지 미칠지는 아직 제대로 가늠하기 쉽지 않다.
이런 현실을 감안할 때 한은이 낮춘 내년 성장률 전망치조차도 너무 낙관적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한은 전망치 2.8%는 여전히 LG경제연구원ㆍ한국경제연구원(각 2.2%), 현대경제연구원(2.6%)등 민간 경제연구기관의 예측치보다 높다. 한은보다 높은 전망치를 내놓고 있는 곳은 정부(3.0%) 뿐이다. 더구나 올해 성장률 전망(2.7%) 역시 이들 민간기관의 전망치(2.3~2.5%)보다 크게 높은 실정이다. “한은의 전망이 낙관적이란 인상을 떨치기 힘들다”(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내년에도 3% 성장은 물 건너갔다는 전망들이 대세를 이루면서 저성장 고착화에 대한 우려도 깊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통화나 재정정책 등 단기 부양책도 모색을 해봐야겠지만, 이것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고 입을 모은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주력산업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고 인도ㆍ베트남ㆍ이란 등 성장 잠재력이 큰 신규 시장에 대한 공략을 강화하는 한편,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등 근본적인 대책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이 필요할 때“라고 말했다.
한편, 한은은 이날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동결(1.25%)하기로 결정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