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문학상은 이례의 연속이다. 수상자 밥 딜런이 대중가수라는 점도 이색적이지만, 발표가 나고 이틀이 지나도록 수상자가 그에 대해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어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가수를 수상자로 선정해 기껏 문학상에 대한 관심을 한껏 끌어 올린 스웨덴 한림원은 “노벨상이 뭐라고”라도 하는 듯한 밥 딜런의 태도에 머쓱하지 않을 수 없다. 밥 딜런은 수상을 고사할 속셈이라도 있는 걸까.
외신에 따르면 13일 스웨덴 한림원은 노벨문학상 수상자 발표 뒤 2시간 반 정도 지나서 겨우 전미 순회 공연 중인 밥 딜런의 매니저 전화번호를 알아내 연락을 취했다. 매니저는 전화를 받았지만 밥 딜런은 “자고 있다”며 연결시켜 주지 않았다. 문학상은 물론이고 대부분의 노벨상 수상자들이 발표 직후 노벨상 관계자들과 연락이 닿아 감격하는 모습이 전해지는 것을 생각하면 이례적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이 수상자 발표 이틀이 지나도록 이어지고 있다. 한림원은 “딜런의 에이전트와 투어 매니저에게는 이야기했다”면서도 “그들이 딜런에게 말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딜런과 가까운 사람들도 “딜런이 하루 종일 노벨상에 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가 그 사실을 모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딜런이 수상자로 선정된 사실을 아예 모를 가능성은 낮다. 수상자 발표가 나고 16시간 남짓 지난 13일 오후 8시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코스모폴리턴호텔 첼시극장 무대에서 노벨상에 환호하는 관객과 만났기 때문이다. 청중들이 “노벨상 수상자!”라고 연호하며 열렬한 박수와 함성을 보냈지만 딜런은 이날 90분 공연 중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데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준비된 노래가 모두 끝나자 청중들은 노래를 더 들려달라고 외쳤고, 딜런은 프랭크 시내트라가 불렀던 ‘왜 지금 저를 바꾸려고 하시나요(Why Try To Change Me Now)’를 앙코르곡으로 선사했다. 이 노래 가사에 이런 대목이 있다. ‘사람들이 궁금하게 내버려둬요/ 그들이 웃게 내버려둬요/ 그들이 찌푸리게 내버려둬요.’
노벨문학상은 1958년에 보리스 파스테르나크가, 1964년에 장 폴 사르트르가 수상을 거부한 적이 있다. 파스테르나크는 당시 수상작인 ‘닥터 지바고’가 소련 내에서 거센 비판을 받고 있었다는 정치적인 이유로, 사르트르는 마르크스주의 변증법을 비판적으로 검토한 자신의 책 ‘변증법적 이성 비판’이 보완이 필요한 책이라는 생각에서 상을 받지 않았다.
김범수 기자 bs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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