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선택한 영국이 ‘하드(hard) or 소프트(Soft) 브렉시트냐’ 논쟁에 빠졌다. EU와 사람ㆍ상품ㆍ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지속해 EU 회원국으로서 혜택을 유지하자는 소트프 쪽과 주권을 강화하고 이민자를 통제하자는 하드 쪽이 강하게 부딪친 형국이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제시한 브렉시트 일정이 논쟁에 불을 댕겼다. 그는 지난 2일 ▦내년 3월까지 EU 탈퇴 조항(리스본 조약 50조)을 발동하고 ▦4~5월 EU 가입의 법률 근거인 유럽공동체법(ECA)을 폐지하는 법안을 의회에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대로라면 영국의 EU 탈퇴는 2019년 3월 이전 완료된다. 그러면서 메이 총리는 EU와의 부문별 양자 협상(sector by sector)을 제안했다. 부문별 협상을 통해 자국 기업이 브렉시트 충격을 최소화하고 EU 시장 접근성 확보 등 혜택을 극대화하겠다는 이른바 소프트 브렉시트론을 제시한 것이다.
이에 대해 EU를 대표해 브렉시트 협상을 진두지휘 할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지난 13일 “소프트 브렉시트는 순진한 착각에 불과하다”라고 정면 반박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이 “EU 케이크도 먹을 수 있다”고 발언한 데 대해서도 투스크 의장은 “케이크는 사서 먹어라”고 강경 발언을 이어갔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역시 “이민자 문제 관련 EU 정책을 따르지 않으려거든 EU 시장 접근은 꿈도 꾸지 말라”며 원거리 설전에 가담했다.
영국 내부는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논란 직후 달러당 파운드 환율은 1파운드에 1.28달러까지 추락해 1985년 6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더타임스는 영국이 하드 브렉시트를 선택할 경우 EU 잔류에 비해 15년 후 국내총생산(GDP)이 최대 9.5%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 스코틀랜드도 또다시 독립 준비에 나섰다. 니콜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이 “다시 독립 의견을 묻는 국민투표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영국 정정은 또다시 소용돌이 속에 빨려들고 있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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