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것 보려고 쓴 게 아닌데…”
논란 증폭에 당혹스러운 모습
대선 앞 정치적 의도 의혹 부인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16일 자신의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를 둘러싼 진실 공방에 대해 “책에 써놓은 대로다”고 말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과 관련 당사자들이 자신의 회고록 내용을 부인하는 데 대해 사실임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송 전 장관은 이날 본보에 이 같은 짧은 입장을 밝히면서 구체적인 현안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송 전 장관은 자신의 회고록을 둘러싸고 정치적 논란이 크게 이는 데 대해 상당히 당혹해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각종 쟁점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을 밝힐 경우 논란이 증폭될 것으로 보고 당분간 언론 인터뷰는 자제할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이날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서도 “생각했던 것과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며 “내가 이런 것을 보려고 몇 년씩 책을 쓴 게 아니다”고 당혹감을 표시했다. 그는 “기가 차서”라는 표현을 쓰면서도 “제가 얘기할수록...”이라며 구체적 언급은 피했다.
송 전 장관은 회고록을 내기 위해 3년 이상 준비하며 집필에 공을 들였다고 주변 인사들이 전했다. 특히 각종 회의록 및 자신의 메모와 노트 등을 꼼꼼히 정리해 사실관계에 상당한 자신감을 갖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송 전 장관이 내년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외교 기밀에 해당하는 민감한 내용까지 담아 회고록을 낸 배경에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도 나온다. 송 전 장관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캠프에 합류해 ‘문재인 죽이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문 전 대표 측의 한 인사는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문제는 외교안보 이슈로 안보실장 소관인데, 비서실장이었던 문 전 대표를 굳이 끌어들인 의도가 의심스럽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다른 인사도 “정치적 의도가 있어 보이지만,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송 전 장관 측근 인사는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송 전 장관과 문 전 대표가 가까운 사이는 아니란 점에서 흘러나온 억측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다른 인사도 “송 전 장관 스타일상 절대 그런 의도가 있을 리 없다”며 “다만 (책 출판) 시기가 미묘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라고 말했다.
정치적 의도라기 보다 송 전 장관이 자신의 일을 과장하다 보니 전후 맥락이 왜곡 됐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은 이날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회동에서 “자서전이기 때문에 자기 이야기를 미화한다고 할까, 부풀려 쓰신 게 아닐까”라고 말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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