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권 전매제한 1년으로 연장
일정기간 재당첨 금지 등 거론
투기과열지구 도입 카드는 쉽지 않을 듯
부동산 시장 과열에 뒷짐만 지고 있던 정부도 슬슬 억제 카드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큰 문제는 없다”고 큰 소리를 치고는 있지만, 정부 스스로도 대책을 내놓아야 하는 타이밍을 자칫 놓치는 경우 큰 후폭풍이 몰아칠 수 있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기 진작’과 ‘거품 제거’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한다는 게 정부의 고민이다. 투기과열지구 지정, 총부채상환비율(DTI) 강화 등의 강력한 카드는 당장은 쉽게 꺼내들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우세한 이유다.
현재 정부는 선별적인 대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위험을 선제적으로 관리하는 차원에서 투자 목적의 과도한 수요 등에 의한 과열 현상이 계속 이어질 경우에는 단계적, 선별적인 시장 안정시책을 강구할 것”(14일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이라는 게 정부의 기본적인 생각이다. 굳이 대책이 필요 없다던 이전과는 다소 달라진 태도다.
1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현재 가장 대표적으로 검토되고 있는 것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강남 등에 한해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을 현행 6개월에서 1년으로 다시 늘리거나 재당첨을 일정 기간 금지하는 방안이다. ‘청약시장 과열→분양가격 상승→주변 집값 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카드이기 때문이다. 특히 전매차익을 노린 투기자금이 대거 강남으로 몰려드는 것을 차단할 수 있는 대책이기도 하다. 국토부 관계자는 “국지적, 선별적 맞춤형 대책을 고려해볼 수 있는데 청약 관련 조치도 그 중 하나일 수는 있다”며 “다만 강남도 이젠 개포시영 재건축 단지 분양 정도만 남은 상태라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는 좀 더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청약통장 1순위 자격조건을 다시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으로 거론된다. 정부는 작년 3월부터 청약통장 가입기간이 1년만 넘으면 수도권 1순위 자격을 부여하면서 청약 경쟁률 거품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시장 일각에서는 국토부가 국지적 과열을 확실하게 잡을 수 있는 방안으로 투기과열지구 카드를 꺼내들 수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내놓는다. 하지만 일정 시점까지 청약 1순위 자격제한뿐만 아니라 매매차익을 노리는 거래 행위가 일체 금지되는 강력한 규제여서 정부는 자칫 내수시장 위축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눈치다. 국토부 “전국적으로 미분양도 늘고, 지방은 집 값이 하락하는 추세라 규제 강도가 센 투기과열지구 도입을 다른 대책에 앞서 꺼내긴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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