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 만능주의… 시험 하위 등급자는 의견조차 못 내”
“갤럭시노트7 발화 사고에 영향 줬을 가능성도”
“삼성에 새로운 카스트 제도가 탄생했다. 하위 등급자의 의견이 배제되는 현실에서 합리적인 해결책이 나오길 기대하긴 어렵다.”
삼성전자 직원 A씨가 ‘삼성의 반성문…“조직문화 몽땅 바꾸자”’기사와 관련, ‘갤럭시노트7 사태에 대한 생각’이라는 이메일을 보내 밝힌 내용이다. 갤럭시노트7 소프트웨어 개발에 참여했고 현재도 소트트웨어 개발직군에서 일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한 A씨에 따르면 삼성전자에는 공채 직원과 경력직 간 신분 차별(카스트)과는 별개로 최근 소프트웨어 알고리즘 시험으로 등급(신분)을 나누는 ‘신 카스트 제도’가 생겼다. 알고리즘이란 컴퓨터가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필요한 절차와 방법을 정한 명령 체계를 일컫는다. 삼성전자는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커지자 소프트웨어 알고리즘 역량을 평가하는 시험을 수년 전 무선사업부에 도입했고 지난해에는 이를 모든 개발부서로 확대했다. 시험 결과에 따라 개발자는 무등급, 하위등급, 상위등급, 최상위등급으로 나뉜다. A씨는 “등급이 낮은 개발자는 회의 때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말 그대로 불통, 새로운 카스트 제도가 탄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하위 등급자는 업무에서 열외시킨 뒤 시험공부만 시키는 부서도 있다”고 덧붙였다.
갤럭시노트7 단종의 원인이 된 발화(發火) 사고도 알고리즘 만능주의와 무관하지 않다. A씨는 “디바이스 드라이버(스마트폰 부품을 제어하는 소프트웨어)의 경우 통상 새로운 알고리즘을 만드는 대신 안정성이 입증된 코드를 사용하라고 권장된다”며 “불필요한 알고리즘을 처리하게 하면 기기가 발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너무 많은 알고리즘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열이 났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A씨는 “덮어놓고 알고리즘 등급이 높은 사람 말만 받아들이고, 오래 일한 전문가의 의견이라 해도 하위 등급자면 일단 배제되는 상황”이라며 “회사 차원에서 소통을 중시하고 있지만 중간 관리자급에서 알고리즘 등급만 맹신하는 한 불통은 지속될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그는 “우수한 소프트웨어는 수많은 분야가 함께 어우러져 만들어지는 오케스트라이지 단순히 피아노 주법만 잘한다고 이뤄지는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알고리즘 시험은 업무능력 향상을 위한 것으로 등급이 낮다고 회의에서 배제되는 일은 없다”며 “발화의 원인에 대해선 다양하고 폭 넓게 조사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우리나라 국토교통부의 갤럭시노트7 항공기 내 사용금지 권고에 이어 14일(현지시간) 미국 연방교통부와 연방항공청도 항공기 반입을 전면 금지했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 갤럭시노트7을 소지하고 항공기에 탑승하면 휴대폰이 압수되고 벌금까지 부과될 수 있다. 갤럭시노트7은 100만대가 여전히 사용중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즉각 전원을 끄고 다른 제품으로 교환하거나 환불해달라”고 재차 당부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