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신상 조회까지 드러나
경찰이 고 백남기씨 사건이 발생한 지난해 11월 민중총궐기집회 참석자 수사에 노조 내부 정보원을 활용했다는 사실이 문건을 통해 또다시 확인됐다. 이번에는 노조 간부도 아닌 일반 노조원의 개인 휴대폰 번호를 정보원을 통해 확보한 뒤 가족 신상까지 조회한 것으로 드러났다.
16일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확보한 경기 화성서부경찰서 내사보고 문건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해 12월 기아자동차 노조 화성지회 일반 노조원인 우희진씨의 총궐기집회 참석 여부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던 중 통신조회 상 그의 개인 휴대폰 번호가 확인되지 않자 노조 내 정보원을 활용했다. 경찰서장과 수사과장에게 제출된 해당 문건에는 “피내사자 명의의 휴대폰 가입 사실이 확인되지 않아 기아차 화성공장에 재직 중인 ‘정보원’으로부터 우씨가 현재 사용하는 전화번호에 대해 확인해 특정했다”고 명시돼 있다.
경찰은 이어 “정보원으로부터 발췌한 우씨의 번호에 대해 재차 통신자료 제공을 요청했다”고 적시하고, 우씨가 사용한 휴대폰 번호의 명의자인 우씨 어머니의 신상정보도 문건에 기재했다. 우씨의 번호를 특정하는 과정에서 그의 가족에 대한 수사까지 이뤄진 것이다. 이후 경찰은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위반 혐의가 아닌 일반교통방해죄로 우씨를 400만원에 약식기소 했다. 그러나 우씨는 “노조원 100여명과 함께 집회에 도착했을 당시 이미 차벽이 설치돼 교통을 방해할 수도 없었다”며 정식재판을 청구, 지난달 21일 수원지법에서 1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 받고 항소심을 진행 중이다.
경찰은 노조 내 정보원의 존재를 문건을 통해 처음 밝힌 본보 보도( 경찰의 ‘노조 내부 정보원’ 진짜 있었다 ) 이후 “정보원이 아니라 제보자”라고 해명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문건에도 “경찰이 (먼저) 확인해 특정했다”, “정보원으로부터 발췌한” 등 경찰의 일방적인 정보 확인 요청 사실만 드러날 뿐, 자발적인 제보의 정황은 나타나 있지 않다. 박 의원은 “경찰의 구시대적 행태가 문서로 드러났음에도, 경찰은 ‘제보’라는 납득할 수 없는 해명만 일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동계는 17일 규탄집회를 여는 등 경찰의 정보원 활용 의혹에 강하게 항의할 방침이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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