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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알 낳는 평창올림픽? 환상부터 깹시다”

입력
2016.10.17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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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아이스아레나 조감도.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제공
강릉 아이스아레나 조감도.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제공

“로마는 1960년 올림픽 때 진 빚을 아직도 갚지 못했다. 현재 로마의 재정상황은 쓰레기도 겨우 치울 수 있을 정도다”

이탈리아의 최연소 여성 시장으로 유명한 비르지니아 라지(38) 로마시장이 출마 때부터 줄곧 외쳐왔던 2024년 하계올림픽 유치 포기는 지난 12일(한국시간) 현실이 됐다. 로마의 퇴장으로 2024년 대회 유치 경쟁은 프랑스 파리와 미국 로스엔젤레스,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3파전이 됐다.

2024년 올림픽은 이들 외에도 독일 함부르크, 캐나다 토론토, 멕시코 과달라하라, 페루 리마, 인도 뉴델리, 대만 타이페이, 스페인 마드리드, 호주 브리즈번, 모로코 카사블랑카 등 전 대륙에 걸친 수많은 도시들이 탐낸 대회였다. 하지만 위의 세 도시를 제외한 모든 도시가 유치 의사를 접었다. 가장 큰 이유는 재정 부담이다. 개최 비용을 고스란히 떠안게 될 지역 주민들의 반대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독일 내부 경쟁에서 베를린을 누르고 후보 도시로 이름을 올렸던 함부르크가 대표적이다. 함부르크는 지난해 말 가진 주민투표에서 과반 이상의 주민이 반대 의사를 내 유치전에서 빠졌다.

상대적으로 관심도가 떨어지는 동계 대회 사정은 더 심하다. 지난해 7월 2022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된 중국 베이징의 마지막 상대는 카자흐스탄의 알마티 뿐이었다. 앞서 폴란드의 크라우프, 우크라이나 리비우, 노르웨이 오슬로 등이 개최 신청을 했지만 이들 역시 재정 문제와 지지율 부족 등을 이유로 개최신청을 철회했다. 베이징 선정을 두고 AP 등 외신들은 “2008년 하계올림픽 개최 경험이 있고 경제력 등에서 크게 앞선 중국이 우세할 수밖에 없었다”며 “IOC가 안정적인 선택을 했다”고 평가했다.

조반니 말라고 이탈리아올림픽위원회(CONI) 위원장이 12일(한국시간) 로마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로마가 2024년 올림픽에서 손을 떼겠다는 공식 서한을 오늘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보냈다"고 밝히고 있다. 로마=AP연합뉴스
조반니 말라고 이탈리아올림픽위원회(CONI) 위원장이 12일(한국시간) 로마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로마가 2024년 올림픽에서 손을 떼겠다는 공식 서한을 오늘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보냈다"고 밝히고 있다. 로마=AP연합뉴스

빛 좋은 개살구 된 올림픽 유치

이처럼 과거엔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 비유됐던 국제 스포츠이벤트 개최가 이젠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했다. 실제로 2010년대 이후 국제 스포츠이벤트를 개최한 국내 지방자치단체는 모두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2010년~2013년 전남 영암서 열린 포물러원(F1) 국제자동차경주대회, 2011년 대구육상선수권대회, 2013년 충주세계조정선수권대회, 2014년 인천아시아경기대회, 2015년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 모두 적자대회였다. 개막이 500일도 채 남지 않은 평창을 향한 시선에 설렘이나 기대보다 우려가 더 묻어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구닐라 린드버그 IOC 조정위원장이 7일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리조트에서 제7차 IOC 조정위원회 본회의 폐회 후 가진 기자회견 중 미소 짓고 있다. 뉴스1
구닐라 린드버그 IOC 조정위원장이 7일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리조트에서 제7차 IOC 조정위원회 본회의 폐회 후 가진 기자회견 중 미소 짓고 있다. 뉴스1

그나마 평창대회는 앞서 열린 이벤트에 비해 사후활용 얘기라도 나오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라는 게 체육계 시선이다. 한 체육계 관계자는 “아시안게임의 경우 사후활용 계획 수립에 강제성이 없어 2014년 인천 대회 때는 개막 직전까지 시설 사후활용에 대한 계획이 전무했다”며 “올림픽의 경우 유치 단계부터 사후활용 계획이 함께 검토 돼 시설 활용에 대한 고민이 함께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현재까지 나온 계획을 바라보는 시선도 엇갈린다. 구닐라 린드버그 IOC 조정위원장은 지난 5일~7일 평창에서 열린 제7차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조정위원회를 마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평창은 대회 준비의 마지막 단계에 돌입하는 시점으로, 훌륭한 대회를 선보일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지만, 조정위원회 현장에서 소식을 전한 영국 올림픽 전문매체 ‘인사이드더게임즈’는 “대회 및 경기장 운영에 대한 정부와 강원도 사이의 불명확한 책임 소재와 올림픽 사후관리 계획에 대해 경고했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특히 IOC가 평창이 내놓은 불투명한 사후활용 방안을 놓고“올림픽 이미지를 크게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을 했다고 밝혔다.

“올림픽 유산 환상 깨야…시설 해체도 방법”

현재까지 평창올림픽 대회 시설 13곳 중 11곳의 관리·운영주체가 정해졌지만 구체적인 방안과 수익성 증대에 대한 계획은 나와있지 않은 상태다. 더구나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과 정선 알파인 경기장 등 2곳은 아직까지 관리·운영주체조차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현재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은 국가대표 훈련장 등으로 활용할 계획을 정부에 건의 중에 있으며, 정선 알파인 경기장은 복합레저관광시설로의 활용을 검토 중이다.

이처럼 사후활용에 대한 논의가 갈피를 못 잡고 있는 데 대해 평창군 지역 관계자는 “적자에 대한 책임을 떠넘기기 위한 정부와 지자체 사이의 줄다리기가 벌써 시작된 느낌”이라며 “근거 없는 낙관론과 아전인수식 중간평가도 올림픽 성공개최의 가장 큰 적”이라고 지적했다.

정선알파인스키장 조감도.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제공
정선알파인스키장 조감도.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제공

냉철한 효과 분석으로 실현 가능한 것부터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준서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는 “올림픽 레거시(Legacy·유산)에 대한 환상을 깰 필요가 있다”며 “당장의 금전적인 적자는 피할 수 없어 보이지만 강릉의 빙상 시설들을 활용해 아이스하키 등 겨울스포츠 기반을 닦고 시민 체육시설로 적극 활용한다면 올림픽 유산에 대한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최 교수는 이어 “정선 알파인스키장의 경우 코스의 난이도가 너무 높아 일반인들은 절대 활용할 수 없다”라며 “국제 대회나 전지훈련 등을 지속적으로 유치할 계획이 없다면 해체하는 것도 지속적인 적자를 줄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고 말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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