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로 불리는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입학과 학점 특혜 의혹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최경희 총장 사퇴를 요구하는 학생들의 본관 점거 농성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교수들도 정씨 특혜 의혹에 반발해 총장 해임 촉구 시위에 나서기로 했다. 교수들의 총장 사퇴 시위는 올해 130주년인 이대 역사상 처음이다.
승마 선수인 정씨에 대한 특혜 의혹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2015학년도 수시 전형에 체육특기자로 합격한 과정부터가 공정성과 투명성과는 거리가 멀다. 이대는 공교롭게도 그해 체육특기생 종목에 승마를 포함해 12개를 추가했는데, 그 많은 종목 중에서 선발된 사람은 오직 정씨뿐이었다. 또한 서류 마감일 이전의 수상 경력만 유효한 것으로 모집 요강에 적시해 놓고도 마감 이후에 딴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인정해 합격시켰다. 당시 입시 평가에 참여했던 교수는 “입학처장이 금메달을 가져온 학생을 뽑으라고 했다”고도 증언했다.
입학 후에도 정씨는 학점 특혜 논란에 휩싸였다. 정씨는 독일 전지훈련 등을 이유로 아예 등교하지 않아 지난해 1학년 1학기에 학사경고를 받고 2학기에 휴학했다. 그 후 지난 4월 최씨가 딸과 함께 학교를 찾아와 항의한 뒤 훈련 등의 경우 증빙서류만으로 출석을 인정할 수 있도록 학칙이 개정됐고 소급 적용까지 해 줘 학사경고를 면했다. 정씨에게 학사경고를 준 지도교수는 최씨 항의 방문 후 교체된 사실도 드러났다. 누가 봐도 입학과 학사관리에서 특혜가 있었다고 의심할 만한 상황이다. 심지어 어느 교수는 정씨에게 ‘(과제물을) 다시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이 교과를 통해 더욱 행복한 승마가 되시기를 바랍니다’운운하는 이메일까지 보냈다니 쓴웃음을 자아내고도 남는다.
그런데도 학교 당국은 “입학 특혜는 없었고 정씨에게 특별히 편의를 봐준 바도 없다”는 틀에 박힌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어제 교직원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비공개 설명회를 열었지만 기존 해명만 되풀이했다. 교수들은 “옹색하고 진실과 거리가 먼 변명으로 이화의 이름에 먹칠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번 사태로 이대는 명문 사학의 명성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입학과 학사 행정은 대학의 신뢰와 권위를 가름하는 핵심 요소다. 이사회 측과 최 총장은 학교의 명예를 걸고 정씨 특혜 의혹에 대해 사실 그대로 밝히고 책임을 져 마땅하다. 교육부도 손 놓고 있을 게 아니라 입시와 학사관리 전반에 대한 감사에 나설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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