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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암시장 ‘다크넷’…한국도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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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암시장 ‘다크넷’…한국도 위험하다

입력
2016.10.1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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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접속 가능한 브라우저 토르

일반 보안시스템 등 적용 안돼

마약ㆍ음란물ㆍ총기 거래 ‘범죄 온상’

해외 직구ㆍ비트코인 사용 늘며

최근엔 국내서도 급속히 확산

정부는 실태 파악도 못해 무방비

지난 5월 국내에 마약을 몰래 들여와 유통시킨 프랑스인 A(29)씨가 서울서부지검에 검거됐다. 검찰은 처음에 이따금 적발되는 외국인 마약범죄라 생각했지만 범행을 털어 놓던 A씨는 다소 낯선 인터넷사이트 이름을 댔다. 그가 마약을 구입한 곳은 H사이트. A씨는 해당 사이트를 통해 네덜란드 마약상으로부터 엑스터시와 대마 등을 구입하고 결제는 온라인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으로 했다고 진술했다. 검찰 수사결과 H사이트는 ‘다크넷(Darknet)’에 있는 사이버 암거래 시장으로 확인됐다.

다크넷은 글자 그대로 법망에서 벗어난 어둠의 인터넷 환경을 총칭하는 용어다. 이곳에서는 일반 웹브라우저나 보안시스템이 전혀 적용되지 않는다. 감시 사각지대에 놓인 탓에 마약, 음란물, 총기 등 불법 거래가 판을 친다. 이런 신종 사이버범죄가 우리나라에도 스며들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도 더 이상 다크넷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지만 관계당국은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다크넷은 전용 특수 브라우저인 ‘토르(Tor)’가 공개된 2006년 이후 일반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용자가 본격적으로 증가한 건 최근 5, 6년 사이다. 미국과 유럽에서 총기와 마약류, 신분증 위조, 아동음란물 등 거래가 금지된 물품ㆍ서비스가 다크넷을 통해 유통되다 잇따라 적발되면서 위험성이 크게 부각됐다. 7월 독일 뮌헨에서 39명의 사상자를 낸 10대 총기난사 사건은 다크넷 공포를 환기시키는 역할을 했다. 범인 알리 다비트 존볼리(18)가 범행에 사용한 글록17 권총 및 탄알 수백개를 구입한 루트가 바로 다크넷이다.

올해 1월 영국 국제전략연구소(IISS)가 발표한 한 논문에 따르면, 다크넷 접속 브라우저 토르를 기반으로 하는 불법사이트는 무려 1,547개에 달했다. 마약거래가 423개로 가장 많고 불법 음란물(122개)과 해킹(96개), 무기거래(42개) 등도 적지 않았다. 다크넷 범죄가 범람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익명성 때문이다. 다크넷 전용 브라우저 대부분이 트래픽(시스템에 걸리는 부하나 데이터 양)을 암호화하거나 서버를 우회하는 방식이라 추적이 어렵다. 가상화폐 비트코인을 이용한 대금 거래도 다크넷 확산에 한 몫하고 있다.

다크넷은 우리나라에도 2000년대 중후반 보안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소개돼 최근 이용자가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접수된 다크넷 상 아동음란물 거래 시정요구는 2014년 17건에서 지난해 253건, 올해 261건(8월 기준)으로 껑충 뛰는 등 확산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국내에서 자생적으로 생겨난 불법사이트도 존재한다. 대마초 유통을 목적으로 하는 H사이트는 동시 접속자만 평균 20~30여명에 이른다. 인터넷보안 업체 스틸리언의 신동휘 이사는 17일 “한국에서도 해외 직접구매와 비트코인 사용이 증가하면서 특히 마약류를 다크넷으로 거래하는 사례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다크넷 개념도. 출처=http://leventex97.deviantart.com/
다크넷 개념도. 출처=http://leventex97.deviantart.com/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다크넷 범죄 실태를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지난 6일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송희경 새누리당 의원이 다크넷을 통한 해외밀수 사례를 보여주며 “우리나라는 다크넷에 무방비나 다름없다”고 지적하자,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다크넷 범죄를) 생생하게 본 것은 처음”이라고 답했다. 반면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유럽형사경찰기구(유로폴)는 이미 별도 전담팀을 구성해 다크넷 발본색원에 나선 상태다. FBI는 지난해 2월 아동음란물 P사이트를 압수해 접속자 137명을 기소했고, 2014년에는 마약거래 사이트였던 ‘실크로드’를 폐쇄한 뒤 운영진을 검거하기도 했다.

경찰도 다크넷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지난달 경찰청 사이버안전국 주최로 관련 전문가 회의를 개최하는 등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아직 다크넷을 활용한 내국인 범죄가 공식적으로 적발된 적은 없지만 최근 마약류 반입이 급증하는데 다크넷이 역할을 했다는 첩보가 입수돼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박재현 기자 remak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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