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의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 예술계가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문화연대, 한국작가회의, 민예총 등을 주축으로 모인 예술인들은 18일 서울과 문화체육관광부가 있는 세종시,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있는 나주에서 일제히 기자회견을 열고 “탄압을 현장에서 몸소 겪은 우리 문화예술인들은 블랙리스트를 둘러싼 진상이 규명될 때까지 행동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오전 10시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우리 모두가 블랙리스트 예술가’기자회견에는 만화가 박재동, 화가 임옥상, 사진가 노순택, 시인 송경동 등 각계 문화예술인사 100여명이 모여 정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규탄했다. 화가 임옥상씨가 ‘블랙리스트’가 적힌 검은 옷을 입고 신분증을 가슴에 찬 퍼포먼스를 시작으로 무용가 양혜경씨의 ‘넋전 춤’ 무용가 장순향씨의 ‘저항춤’ 등 블랙리스트를 풍자하는 각종 퍼포먼스가 1시간 30분간 이어졌다.
“일반 시민으로” 광화문광장을 찾은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은 기자회견이 시작되자 마이크를 잡고 “‘블랙리스트’를 우리말로 하면 ‘학살 예비자 명단’이다. 학살 예비자 명단을 만든 나라는 구라파에서 히틀러, 동양에서 일본제국주의, 한국에서 박정희 전두환 밖에는 없다”고 소리를 높였다.
기자회견에서는 세월호 진상규명, 문재인 박원순 후보 지지 서명만으로 1만 명의 ‘블랙리스트’가 추려지고 각종 검열이 이뤄졌다는 사실에 냉소와 조롱, 비판이 이어졌다. 만화가 박재동씨는 “매일 단식하고 서명운동에 동참했는데도 리스트에 빠진 후배들이 분노에 들끓고 있다. 정부는 일을 똑바로 해야 한다”고 비꼬며 “암암리 일었던 블랙리스트 의혹이 사실로 수면 위에 드러나 오히려 다행”이라고 말했다. ‘블랙리스트 3관왕’에 오른 가수 손병휘씨는 “5관왕에 오른 연극인 장용철을 생각하며 분발해야겠다”고 농을 던지면서도 “보도연맹은 정부 요구에 따라 ‘대충’ 만들어진 명단이었지만 시국이 바뀌며 그 명단에 오른 민간인이 모조리 학살을 당했다. 대충 만들고 검열을 받은 블랙리스트 명단이 보도연맹과 다를 바가 없다”고 비판했다.
예술인들은 릴레이 성명과 기고를 이어가는 한편, 예술검열 반대 2차 만민공동회를 연다는 계획이다. 한국작가회의는 18일부터 소설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릴레이 한 줄 성명서를 이어가고 검열각하 등 80여개 연극단체는 18일 저녁 10시 기자회견을 열고 향후 방안을 모색한다.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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