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북한 사전의견 구하는 데 개입” 재강조
의원총회 생중계 등 여야 연일 난타전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18일 “30여년 공직에 있던 사람이 소설같이 썼겠냐”며 최근 발간한 회고록 ‘빙하는 흐른다’의 내용이 모두 사실이라고 거듭 밝혔다. 야권이 부인하고 있지만, 노무현정부가 2007년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에 기권하기에 앞서 북한에 사전 의견을 구하기로 했고, 이 과정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개입했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송 전 장관은 “새누리당이 대북정책을 뭘 잘했다고 지금 과거를 뒤집는 데 초점을 두고 있느냐”며 여권의 색깔론 공세도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하지만 여야 정치권은 이날도 보수ㆍ진보 진영 인사들을 총동원한 공방전을 닷새째 이어가는 등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사실관계는 나올 만큼 나왔다”며 “결국 저 문재인이 가장 앞서가니 두려워서 일어나는 일 아니겠나”고 말했다.
송 전 장관은 자신이 총장으로 있는 서울 삼청동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기자들과 만나 회고록 진위 논란이 이는 데 대해 “거기 있는 건 다 사실”이라고 재차 확인했다. 진실공방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백종천 당시 청와대 외교안보실장이 전달한 ‘쪽지’(북측 입장 메모)의 존재 여부에 대해서도 “사실에 입각해 썼다”며 부인하지 않았다. 송 전 장관은 ‘쪽지가 휴민트(인적 정보)를 통해 전달된 것이냐’는 질문에 “세부적인 과정까지 얘기할 것은 아닌 것 같다”며 이 같이 말했다. 쪽지가 국가정보원의 ‘대북동향 보고’가 아니라 ‘북측 반응’이 맞다는 것이냐는 질의에는 “책에 쓰여 있는 그대로다”라고 했다.
송 전 장관은 자신의 회고록을 정쟁의 소재로 삼는 여권에 대해 “과거 폭로 어쩌고 하는 것은 국가의 미래를 위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는 “현재 정부와 새누리당이 하는 (대북)정책이 정말 실행 가능성이 있는 것인지, 앞으로 전망이 있는지, 이명박ㆍ박근혜 정부가 지난 9년 동안 했던 것을 지금이라도 한번 뒤 돌아보고 ‘앞으로 이런 자세가 필요하다’(고 반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여야는 ‘송민순 회고록’ 진실공방 난타전을 이어갔다. 새누리당은 ‘국기 문란’ ‘반역’ ‘내통’ 등의 거친 표현을 사용하며 총공세를 폈다. 우호적인 여론조성을 위해 의원총회를 페이스북으로 생중계하기도 했다. 이정현 대표는 “이거 하나뿐이겠는가, 이런 의구심도 국민들이 가질 것”이라며 추가 의혹 공개를 시사했다.
더민주와 국민의당 등 야당은 미르ㆍK스포츠재단 의혹 등을 덮기 위해 새누리당이 색깔론을 펴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는 “미국 정권도 매파와 비둘기파가 나뉘어 정책을 논쟁한다”며 “녹아 내리는 색깔론 빙하 위에 새누리당이 올라탔다. 허망하게 사라질 신기루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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