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백남기씨는 지난해 사건 당시 ‘물(대)포에 맞아 부상을 당했고, 병원에 이송돼 뇌출혈로 치료 중’이라고 경찰이 직접 작성한 상황보고서(상황속보)가 공개됐다. 정확한 사인 규명을 한다며 부검을 강행하고 있는 경찰의 은폐 의혹 논란이 거세질 전망이다.
18일 한 인터넷언론은 백씨가 부상 당한 지난해 11월 14일 1차 민중총궐기대회 당시 경찰이 30분 단위로 현장 상황을 보고한 26장의 상황속보를 공개했다. 상황속보는 대규모 집회ㆍ시위에서 정보 경찰관들이 현장 상황을 관련 부서와 경찰 수뇌부에 시간대별로 전파하기 위해 생산하는 문서이다.
속보에 따르면 백씨 사고 관련 부분은 오후 8시 작성된 18보에 처음 등장한다. 경찰은 ‘오후 7시10분 SK빌딩 앞 버스정류장에서 70대 노인이 뇌진탕으로 바닥에 쓰러져 있어 구급차를 요청했다’고 기록했다. 이어 오후 9시에 작성된 20보에는 ‘백씨가 농민이고 1947년생이며 전남 보성에서 올라왔다’며 신원까지 파악했다.
22보(오후 10시)에는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된 백씨 상황이 비교적 상세히 적혀 있다. 경찰은 ‘백씨가 뇌출혈 증세로 산소호흡기를 부착하고 있으며, 딸과 사위가 도착했고 야당 의원 5명까지 서울대병원에 도착했다’고 적었다. 25보(오후 11시20분)에는 ‘백씨가 (경찰) 물포에 맞아 부상을 당해 서울대병원으로 후송됐다’고 적시했다.
경찰은 그 동안 상황속보의 존재를 부인해왔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지난 6일 국정감사에서 “법원에 제출한 상황속보는 소송에 대응하기 위해 남겨둔 것으로 현재는 없다”고 답변했다. 이날 상황속보가 공개됨에 따라 경찰은 국감 위증 혐의에, 사건은폐 의혹까지 떠안게 됐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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