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인터뷰어(Interviewerㆍ인터뷰 하는 사람)는 자신이 아는 것만 물어본다.’
대학시절 저널리즘 수업에서 들었던 말입니다. 인터뷰할 대상에 대해 충분한 사전 조사와 넘치는 공부가 선행돼야만 좋은 질문과 그에 걸맞은 훌륭한 답변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뜻이었습니다.
기자가 된 후 이 말을 절감했습니다. 뭘 좀 알아야 궁금한 것도 생겼습니다. 취재해야 하는 사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 할 경우 취재원들에게 도대체 뭘 물어봐야 할 지 난감한 상황이 발생했고 그 때마다 기자의 무식이 탄로날까 겁이 났습니다.
반대로 어떤 사안에 대한 자신의 취재가 충분하다는 착각에 빠질 때도 있었습니다. A란 사람(취재원)에게 들은 제한된 내용에 의존해 겨우 기사를 써내는 주제에 ‘나올 얘기는 이미 다 나왔다’ ‘이 정도면 나(기자)도 알고 너(독자 혹은 시청자)도 알겠지’라며 속단해버리는 경우. 매일 마감시간에 쫓긴다는 핑계가 이를 합리화시키곤 했습니다. B나 C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할 수도 있고, 설사 A의 말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이를 더 완벽하게 뒷받침 해줄 구체적인 사례와 목소리가 필요한데도 말입니다.
최근 불거진 MBC 기자의 인터뷰 조작 의혹은 기자의 역량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기회였습니다.
MBC기자협회와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지난 4~5월 한 기자가 제작한 ‘뉴스데스크’ 리포트 중 서로 다른 내용의 세 개 리포트에서 각각 인용된 음성변조 인터뷰가 동일인의 것이란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즉 동일인이 각각 다른 호칭으로 불리며 인터뷰가 연출됐다는 겁니다.
기자협회 등은 사측에 진상 규명을 요구했고 지난 13일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관련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하지만 보도 당사자인 MBC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놨고 이 문제를 처음 제기했던 기자협회장을 보도국이 아닌 심의국으로 인사발령을 내 ‘부당 인사’ 논란까지 일고 있습니다.
간혹 인터뷰에 응해 준 사람이 자신의 의도와는 다른 맥락으로 기사가 나왔다며 기자에게 항의하는 일이 발생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기자가 한 사람을 마치 다른 사람들인 것처럼 인터뷰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받기는 참 드문 일입니다.
앞서 거론한 사례처럼 기자가 뭘 잘 모르거나 잘 안다는 착각에 빠지는 건 ‘역량 부족’으로 비판할 여지라도 있습니다. 하지만 기자가 인터뷰 대상과 발언을 연출했다는 건 말 그대로 기사 자체를 꾸며냈다는 말이나 다름 없습니다. 의혹이 사실이라면 기자협회의 말대로 “동료를 속이고 MBC 뉴스를 속이고 시청자를 속인 것”으로 ‘언론인 자격’에 대해 물어야 할 사항입니다. 한 지상파 뉴스 기자는 “시간 내에 원하는 인터뷰를 못 할 때 정말 막막하다”면서도 “부족한 기사로 욕을 먹을지언정 (조작은) 전혀 상상도 못 해본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최근 MBC 관리감독 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MBC에 해당 의혹과 관련한 자료를 요청하는 등 심의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이번 일로 안 그래도 바닥을 친 MBC 뉴스의 신뢰도는 더욱 타격을 받게 됐습니다. 정보의 홍수 속에 헤엄치면서도 굳이 MBC ‘뉴스데스크’를 시청하는 국민들을 위해서라도 정확한 진상 규명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조아름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