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1087대… 중고시장 유통 차단
“품질경영ㆍ소비자 우선” 승부수
손실 규모 최소 300억 이를 듯
시험ㆍ연구용으로는 무상제공키로
현대자동차가 태풍 차바로 침수 피해를 입은 신차 1,087대를 모두 폐기하기로 했다. 침수 차량이 유통될 수 있다는 소비자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결정이다.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로 제품 안전성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진 것과도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19일 인터넷 홈페이지 공지에서 “기상 악화로 피해를 입은 차량은 모두 1,087대”라며 “품질이 저하된 차량이 중고차나 부품 시장에서 판매되는 것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전량 폐기한다”고 밝혔다. 현대차가 침수차를 전량 폐기하기로 한 것은 처음이다.
폐기 대상은 울산공장 출고센터와 배송센터 등 저지대에 주차돼 있던 차들이다. 지난 5일 침수 당시 투싼과 싼타페는 물론 고가인 제네시스 G80와 EQ900 등도 불어난 물에 잠겼다.
현대차는 차 안에 물이 조금이라도 들어온 차량을 모두 침수차로 분류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 6일 현대차가 밝힌 침수차 규모 ‘수십 대’가 1,087대로 늘어났다. 현대차 관계자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운 차는 모두 침수차에 포함시켰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대차가 당초 침수차 규모를 축소하려 한 것 아니냔 지적도 나온다.
현대차는 가입한 손해보험사와 협의해 침수 차량은 물론 부품까지도 시중 유통이 불가능하도록 폐기할 방침이다. 폐기는 울산공장 내 폐차장을 활용하거나 외부 업체에 위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만 특성화고나 대학, 벤처기업에서 요청하면 엔진과 변속기 등 주요 동력 계통이 정상 작동하는 차량은 자동차 관련 시험ㆍ연구용으로 무상 제공하기로 했다. 이 경우 자동차제작증이 발급되지 않아 차량 등록 및 운행이 불가능하다. 중고차로도 판매할 수 없다.
신차 가격을 감안하면 차량 1,087대 폐기로 현대차가 입게 될 손실은 최소 300억원으로 추산된다. 현대차가 자체적으로 폐기 결정을 내린 것이어서 침수차에 대한 보험 혜택도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1990년대 초 울산공장 침수 당시 현대차는 피해 차량을 연구용으로 활용하거나 일부는 직원에게만 할인가로 판매해 손실을 최소화했다.
업계에선 현대차가 수백억원의 손실에도 침수차 전량 폐기를 선택한 것은 최근 시정결함(리콜)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해석했다. 내부 고발자가 촉발한 리콜 차별 논란과 국토교통부의 현대차 검찰 고발 등은 현대차의 자존심인 품질 경영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사안이다. 침수차 전량 폐기는 이러한 악재 속에서 나온 소비자 우선 정책으로 평가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침수차 폐기로 인한 경제적 손실보다 한 대라도 침수차가 유통될 경우에 발생할 손해가 더 클 것”이라며 “침수차 전량 폐기는 품질경영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도 지난 18일 중국 창저우 공장 준공식에서 “소비자를 위한 고품질의 신차를 생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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