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신축 국공립어린이집
75곳으로 올해의 55% 그쳐
누리예산은 여전히 편성 안돼
시·도 교육청과 갈등 재연 뻔해
아동학대 예방ㆍ보호 관련
복권기금 등 편성 예산 증액
노인 일자리ㆍ돌봄 늘렸지만
현실적 요구 충족엔 역부족
보건복지부는 내년 57조7,000억원 규모의 예산안을 편성했다. 올해(56조2,000억원) 예산보다 2.6% 늘었지만, 정부 총예산 증가율(3.7%)에는 못 미친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매년 10%를 웃돌던 복지 예산 증가율은 올해(2.9% 증가)를 기점으로 급감했다.
한국일보와 참여연대가 공동 기획한 ‘2017년 보건복지부 예산 분석’에서도 이러한 하향 기조는 재확인됐다. 물론 그간의 복지 예산 팽창은 무상보육, 노인 기초연금 등 대형 신규사업 시행에 따른 결과로 이후 조정 국면이 따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공적 지원이 여전히 절실한 계층을 지원하고 부족한 복지체계를 보완하는데 꼭 필요한 예산까지 대폭 삭감되는 사례가 복지 예산 곳곳에서 발견된다. 다음주부터 본격화할 국회 예산안 심의를 앞두고 보육, 아동ㆍ청소년, 노인, 기초생활보장, 장애인, 보건의료 등 6개 부문으로 나눠 내년 복지부 예산을 점검했다.
보육의 공공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에도 내년 복지부 보육 부문 예산에서 관련 사업 비중은 여전히 미미하다. 전체 보육 예산에서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사업이 0.4%, 어린이집 기능 보강이 0.1%에 머무는 등 공공보육 인프라 구축에 투자되는 예산은 모두 합해도 1%에 못 미친다.
국공립 어린이집 신축 예산은 올해(302억원)보다 38% 줄어든 189억원이 책정됐다. 올해 예산의 전년 대비 감소폭(10%)을 크게 웃돈다. 이에 따라 내년 새로 짓는 국공립 어린이집 개수는 올해 135곳의 55% 수준인 75곳에 그친다. 반면 민간 어린이집을 공공형 어린이집으로 지정해 운영비를 지원하는 사업엔 올해보다 10.3% 증가한 538억원을 책정, 공공보육 강화 책임을 민간에 위탁하는 형국이다. 그러면서도 공공형 어린이집 점검 예산(9억원)은 14.2% 줄여 제대로 된 사후관리가 가능할지 의심된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국공립 어린이집 신설은 줄어든 대신 아파트 관리동 입주 어린이집을 리모델링하는 방식으로 내년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목표(150곳)을 맞출 것”이라며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에서 지자체에 무상임대, 기부체납 등으로 제공한 관리동 시설을 국공립 어린이집으로 운영하는 방식이라 신축보다 비용이 절감된다”고 해명했다.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 예산은 복지부와 교육부 모두 내년 예산안에 책정하지 않아 예산 편성 책임을 둘러싼 중앙정부와 시·도 교육청의 갈등이 재연될 공산이 크다.
아동학대 사건이 해마다 늘어 지난해 2만 건에 육박하면서 복지부는 내년 아동학대 예방체계 강화 예산 55억9,300억원을 새로 요청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대신 복지부는 기존 아동정책조정 및 인권증진 예산 항목에 관련 예산 31억원을 포함시키고, 복권기금(기획재정부 소관) 및 범죄피해자보호기금(법무부) 편성 예산을 늘리는 방식으로 아동학대 예방 사업 예산을 올해 186억원에서 내년 256억원으로 늘렸다. 그러나 아동학대 사안의 중대성과 지속적 관리·감독을 위해선 기금보다는 복지부 예산으로 편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빈곤계층 아동에 보건, 복지, 교육 서비스를 종합 지원하는 드림스타트 사업 예산은 올해보다 10% 줄었다. 보육원 출신 아동의 자립을 돕는 요보호아동자립지원 사업 예산은 올해 대비 1.2% 늘어나는데 그쳤다. 최대 500만원 수준인 지자체 지원금은 자립 자금으로 턱없이 부족해 국고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관련 예산은 수년째 제자리걸음이다.
현 정부 국정과제인 저소득층 기저귀·조제분유 지원 사업 예산은 올해 200억원에서 내년 100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올해 예산에서 2,500명으로 책정됐던 분유 지원 대상을 현실에 맞춰 내년 226명으로 대폭 줄였기 때문이라는 것이 복지부 설명이다. 그러나 분유 신청자가 적은 것은 지원 조건이 지나치게 제한적이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국정과제 선정 당시 산모가 질병 등으로 모유 수유가 어려우면 분유를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시행 과정에선 산모의 사망, 항암치료 등 엄격한 의료적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노인 일자리 확대는 현 정부 노인복지 정책의 핵심 사업으로, 관련 예산은 올해 3,823억원에서 내년 4,175억원으로 9.2% 늘었다. 그러나 일자리 1개당 지원 예산은 91만2,527원에서 95만5,421원으로 4만2,894원(4.7%) 증가하는데 그쳤다. 통상적으로 9~12개월 간 월급 20만원(공익활동형 일자리 기준)이 지급되고 있는 노인 일자리의 급여 수준과 근로 기간을 늘려야 한다는 요구가 실현되기엔 부족한 수준이다.
노인돌봄서비스 예산은 3.4% 늘었지만, 거동이 불편하고 수발해줄 가족이 없는 노인에게 가사도우미를 파견하는 단기가사서비스 예산은 올해 대비 73.5% 급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수요자들이 단기가사서비스보다 포괄적인 도움을 제공하는 노인돌봄종합서비스를 선호하면서 예산 집행률이 저조한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노인단체 지원 예산은 올해 대비 73.4%가 감소, 노인복지 사업 예산 중 감소율이 가장 크다. 경로당 냉난방비 및 양곡비 지원 예산이 전액 삭감된 것이 주요인으로, 국고 지원 없이 모든 예산을 감당해야 하는 지자체의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다만 이 예산은 복지부 요구→기획재정부 삭감→국회 편성 요구로 결국 복지부 예산에 반영되는 일이 수년째 반복되고 있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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