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선 후보 3차 TV토론에서도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과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는 주요 이슈에서 상반된 입장을 취했다. 세금ㆍ무역정책부터 총기규제, 낙태, 이민자 문제 등에서 자신들의 기존 입장을 고수하며 대립했다.
총기규제에 대해, 클린턴은 “무기를 휴대ㆍ보관하는 권리를 제한하지 못하도록 한 수정헌법 제2조와 시민들의 생명을 구하는 일은 상충되지 않는다”며 “수정헌법 제2조의 취지를 살리면서도 총기 규제를 실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시카고 사례를 들며 “총기 규제가 가장 엄격한 곳이지만, 가장 폭력이 심한 곳”이라며 “수정헌법 2조의 취지를 지켜야 한다”고 반박했다.
낙태 문제에 대해서도 두 후보는 민주ㆍ공화당의 기존 입장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트럼프는 “나는 생명을 존중한다. 생명을 존중하는 법관을 임명할 계획이고, 주정부가 ‘낙태를 엄격한 규제하는 제도를’ 유지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클린턴은 낙태 반대가 “여성에 대해 가해지는 일종의 형벌”이라고 비판하며 “여성의 보건 문제에 대한 자기 결정권을 지지하겠다”고 맞섰다. 트럼프가 “클린턴의 논리대로라면 (임신) 9개월 태아도 떼어낼 수 있다는 뜻”이라고 압박하자, 클린턴은 “겁주기 식의 어법”이라고 맞받기도 했다.
트럼프는 불법 이민자 추방과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을 다짐했다. 그는 “미국은 강하게 지켜지는 국경이 필요하다”며 “클린턴은 불법 체류자를 사면하려고 하지만 미국인들은 이들에게 더 엄격하게 법이 집행되기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또 “마약 유입을 막기 위해서라도 멕시코 장벽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클린턴은 “불법체류자가 1,100만명이지만 이들에게는 미국에서 낳은 400만명의 미국인 자녀가 있다”며 “가족을 찢어놓고 싶지 않다”고 응수했다. 또 “가정, 직장, 학교를 마구 뒤져 불법체류자를 기차와 버스에 태워 국경 밖으로 내쫓는 방식은 미국의 방식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경장벽에 대해서도 멕시코 대통령이 건설비용을 부담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며 트럼프의 주장과 계획이 허황되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트럼프는 극단적인 보호무역주의를 강조하며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재협상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미국의 경제성장률을 4%대로 끌어올리기 위해 규제를 없애고 세금을 크게 깎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클린턴은 “미국이 제대로 성장하려면 교육, 신재생에너지 등에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며 “부자와 대기업에 대해 적절한 분담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해서는 “당초 찬성했지만, 협상 내용이 만족스럽지 않아 지금은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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