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억제 협의채널 2개 추가
“형식적 틀에 치중” 우려 나와
한미 양국은 20일(현지시간) 연례 안보협의회의(SCM)와 전날 열린 외교ㆍ국방장관(2+2)회의를 통해 확장억제 공약을 효과적으로 이행하고자 2개의 협의채널을 새로 만들기로 했다. 위기관리 조직을 상설화 한 ‘특별협의체(KCMㆍ국방 차관보급)’와 외교ㆍ국방 고위급이 참여하는 ‘확장억제 전략협의체(EDSCGㆍ차관급)’다. KCM를 통해 전략무기 투입을 포함한 양국 국방장관의 신속한 의사결정을 보장하고, EDSCG에서는 좀더 범위를 넓혀 확장억제를 구현할 외교ㆍ군사적 조치를 협의할 방침이다.
하지만 기존의 협의 채널이 가동 중인 상황에서 새 협의체가 필요한 지에 대한 의문도 나온다.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을 재차 강조하다 보니, 형식적인 협의체만 늘어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정부는 올해 북한의 4ㆍ5차 핵실험에 대응해 전략자산인 B-52ㆍB-1B폭격기를 한반도에 투입하면서 신속한 조치라고 자평했다. 당시 협의채널인 합참과 주한미군사간 작전협의기구(OPT)가 작동한 것이다. 무엇보다 정부는 확장억제의 실효성을 명분으로 이미 미국과 통합국방협의체(KIDD), 안보정책구상(SPI), 억제전략위원회(DSC) 등 다양한 협의체를 가동하고 있다. 여기에 KCM과 EDSCG까지 더해지면 의사결정 구조만 겹겹으로 쌓이는 것이어서, 벌써부터 ‘옥상옥’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북한의 도발에 따른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에서 통합된 대응이 아니라 분야별로 한미간 협의채널을 쪼개는 것은, 바꿔 말하면 기존 채널에 뭔가 문제가 있다는 의미다.
이에 미 측은 우리가 요구한 협의체 신설에 난색을 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DSC나 KIDD나 KCM이나 명칭만 다를 뿐 역할에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외교 소식통은 “미 정부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확장억제를 하려면 다이얼로그(dialogueㆍ대화)가 중요하지만 이렇게 많은 조직이 필요한지 모르겠다’고 말하더라”며 워싱턴의 분위기를 전했다.
반면 국방부는 “새로운 협의체를 만든 것은 확장억제의 작전적 측면보다 정책적 측면을 강조하기 위한 조치”라며 “기존보다 훨씬 적은 소수의 인원이 참여하기 때문에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확장억제라는 안보공약의 껍데기가 아니라 그 안에 담을 컨텐츠가 중요하다”며 “대화채널 신설은 쉬운 것부터 하나씩 변화시켜 나가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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