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통령 가방 제작으로 유명세
정유라 승마 훈련 개입 최씨와 인연
K스포츠에 같은 대학 출신 포진
더블루K 법인 설립에 깊이 관여한
최모ㆍ박모 변호사도 의혹 중심
미르의 사무부총장 맡던 김성현
전경련 후원금 직접 계약 등 실무
박근혜정권 비선실세로 알려진 최순실(60ㆍ최서원으로 개명)씨가 재단법인 미르와 K스포츠를 사유화하려 했다는 의혹이 확산되면서 연루된 사람들의 면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결국 최씨와 이들의 관계가 ‘최순실 게이트’의 의혹을 풀어 줄 핵심고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씨가 미르ㆍK스포츠재단을 통해 자금을 사적으로 유용한 의혹과 관련해 주목되고 있는 인물은 최씨 모녀의 개인 회사인 더블루K의 한국과 독일 법인에 이사로 이름을 올린 고영태(40)씨다. 그는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에서 펜싱 사브르 단체전 금메달과 개인전 은메달을 딴 펜싱 국가대표 출신으로 2008년부터 패션업계에 발을 들여 빌로밀로라는 잡화브랜드를 만들어 현재 대표를 맡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3년 초 당선인 신분 때부터 들고 다녀 화제가 됐던 회색 핸드백이 빌로밀로 제품으로 알려지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20일 미르에 몸담았던 관계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운동선수 출신인 고씨가 최씨의 딸 정유라(20ㆍ정유연에서 개명)씨의 승마 훈련에 개입하면서 최씨와 인연을 맺게 됐다. 고씨와 최씨는 언성을 높여 싸웠다가도 금방 풀어질 정도로 막역한 사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K스포츠에 고씨와 같은 한국체육대학 출신들이 다수 포진해 있는 것도 고씨와 최씨의 친분에서 비롯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고씨가 한때 부산 해운대 유흥가에서 일을 했으며, 붙임성이 좋아 주변 사람들에게 상당한 호감을 끌었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두 재단의 설립과 관련해 또 다른 핵심 인물로 지목된 광고감독 차은택(47)씨와 최씨를 연결해 준 것도 고씨인 것으로 알려졌다. 차씨와 최씨의 연결고리 역할을 한 또 다른 인물로 최씨 조카 장유진씨도 거론된다.
더블루K의 운영에 개입한 변호사들의 역할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더블루K 한국법인 대표이사로 등재돼 있는 변호사 최모(56)씨는 일부 언론에 “다른 법조인의 소개를 받고 찾아온 최순실씨가 독일법인을 만드는데 도움을 달라고 해 다른 변호사를 소개시켜주었고, 최씨가 다시 찾아와 부탁해 한국법인 대표를 맡았다”고 밝혔다. 최 변호사가 최씨에게 소개해 더블루K 독일법인 설립에 도움을 준 인물은 박승관 변호사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활동하는 박 변호사는 재독동포 2세로 독일어에 능할 뿐 아니라 현지 사정에 밝아 최씨가 독일에서 회사를 설립하는 데 실질적인 업무를 맡아 한 것으로 추정된다.
미르와 K스포츠의 전현직 간부들 중에는 미르의 사무부총장을 맡았던 김성현씨가 재단 설립과 운영에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꼽힌다. 그래픽디자이너 출신으로 전국경제인연합회로부터 받은 후원금으로 재단 사무실을 직접 계약하는 등 실무를 맡았다. 그는 차씨와 호형호제하는 사이로 알려져 있다. 미르의 이사진 중 한 명으로 박 대통령의 한복디자이너로 유명한 김영석씨도 최씨와 상당한 친분이 있어 이번 사건의 윤곽을 알고 있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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