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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은 네트워크... 끊임없이 이합집산한다

입력
2016.10.2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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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욱의 STS, 과학을 경청하다

홍성욱 지음

동아시아 발행ㆍ448쪽ㆍ1만8,000원

우리는 과학을 ‘확실한 지식의 집합’으로 오해한다. 인문학은 다소 애매하고, 불확실하며 정해진 답을 찾기 어려운 데 비해, 과학은 2+2=4처럼 답이 똑 떨어지는 수학연산 같은 것이라 생각한다. 이들에게 과학과 기술은 사회 발전의 원동력이며 절대선이다.

반면 다른 이들에게 과학과 기술은 현대 사회가 가진 거의 모든 문제의 원인이고, 지구를 재앙으로 몰아가고 있기 때문에 회피와 통제의 대상이다. 과학에 대한 몰이해와 오해를 바탕으로 기후변화, 핵폐기물, 오염과 공해 등 현대사회가 직면한 수많은 과학기술적 도전들을 이해하려고 할 때 사람들은 거의 까막눈 수준이다.

“우리가 읽는 책이 우리 머리를 주먹으로 한 대 쳐서 우리를 잠에서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왜 우리가 그 책을 읽는 거지?” 카프카의 소설 ‘변신’의 머리말의 한 대목이다. 홍성욱 교수의 신간 ‘홍성욱의 STS, 과학을 경청하다’는 쉽고, 부드러운 어투의 경어체로 씌여 있지만 과학에 대한 우리의 선입관과 고정관념에 커다란 균열을 내주는 책이다. 저자는 그 균열의 틈새로 우리에겐 생소한 ‘행위자 네트워크 이론’의 씨를 뿌린다. 여기서 우리는 과학을 보는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된다.

저자는 과학을 인간-비인간의 네트워크로 보자고 제안한다. 여기서 ‘비인간’이란, 과학자가 실험실에서 길들여 세상에 내놓은 것으로 자동차, 비행기, 전쟁무기, 전파, 레이저, 강화유리, 온실가스, 항생제, 항암치료제, 나노 입자, 인공비료, 살충제 등이 다 포함된다. 저자는 현대의 과학은 기술과 분리될 수 없으며, 인간-비인간 네트워크로 작동한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천문학자에게 있어서 망원경이나 컴퓨터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그 자체가 천문학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저자는 현대의 과학과 기술을 ‘테크노사이언스’로 부를 것을 제안한다.

저자에 따르면 과학이라는 네트워크는 결코 고정되어 있지 않으며, 인간 행위자와 비인간 행위자의 끊임없는 이합집산으로 구성되어있다. 행위자 네트워크 이론은, 대상들이 맺고 있는 관계를 중심으로 사고하며 관계가 바뀌면 대상이 가진 본성도 변한다고 본다. 또한 “존재를 맥락적으로 이해하고, 그 속성과 본질을 그것이 맺는 관계로 파악하며, 뭉뚱그려진 전체가 아닌 개개인이나 개별 존재자들의 특수성에 주목”하고자 한다.

이 네트워크는 고정된 연결망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변화하고 움직이며 확장되는 궤적 혹은 흔적이다. 여기서 과학자는 네트워크의 설계자가 된다. 과학자는 결코 실험실에 혼자 틀어박힌 고립된 존재가 아니다. 과학자는 “네트워크를 만드는 사람이고, 이를 위해서 여러 사람들과 협력적인 동맹을 맺는 사람”인 것이다.

저자의 이런 시각은 현대 과학과 기술을 이해하는데 필수적이다. 저자는 유럽의 가속기연구소나 레이저간섭계중력파관측소(LIGO) 같은 거대과학,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괴물처럼 통제불능의 핵기술 및 지구온난화, 백신이나 GMO를 둘러싼 끊임없는 논쟁과 갈등, 이밖에 현대 과학기술이 직면하고 있는 온갖 문제들에 대해 우리의 이해를 넓히고 해결의 실마리를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지 제시한다.

과학책 읽는 보통 사람들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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