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2015년 1월 내놓은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은 800쪽 중 3분의 2가 남북관계, 정상외교 같은 ‘외치’로 채워졌다. 특히 4대강 살리기 사업, 자원외교 등은 사실상 자화자찬으로 일관해 “사실관계 왜곡, 아전인수 해석”이라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재임 중 북한이 5차례나 정상회담을 먼저 제안했지만 경제지원을 전제조건으로 제시해 거부했다고 밝히는 등 남북관계 비화를 상세히 설명했다. 일례로 연평도 포격 직후인 2010년 12월 북한 보위부 고위급 인사(류경 부부장)가 비밀리에 서울을 방문했다 이 전 대통령을 만나지 못하고 돌아간 뒤 공개처형 됐다는 사실(355쪽)이 공개됐다. 하지만 물밑접촉 뒷이야기 공개가 현 정부의 대북정책 수행에 상당한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비판이 여권 내에서도 제기됐다.
이 전 대통령은 4대강 사업에 대해서는 세계 금융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한 ‘그린 뉴딜’ 정책으로 평가했다(549쪽).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허용과 관련해선 김종훈 당시 통상교섭본부장의 입을 빌어 “노무현 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이면합의를 했다”(229쪽)고 전 정권에 책임을 떠넘겼다. 이 때문에 회고록이 임기 중 논란이 됐던 국책 이슈에 대한 해명으로 흘렀다는 평가도 나왔다.
또 형인 이상득 전 한나라당 의원과 측근들의 비리 문제는 피해갔다. 재임 기간 벌어진 총리실 민간인 사찰,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사건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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